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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29. 2024

박철 시인 따라 강서 속으로 : 보물웅덩이



박철 시인 따라 강서 속으로 : 보물웅덩이


강서구는 ‘지역 자원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대부분 농촌이었던 탓에, 논이었던 자리에 집을 짓고 나니 지역을 대표할 만한 두드러진 모습이 사라진 것이지요. 강서구는 겸재 정선과 구암 허준을 대표적인 지역 자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먼 이야기입니다. 더 가깝고 친숙하게 만드는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라는 건 사실 없는지도 모릅니다. ‘지역’이나 ‘자원’, ‘상징’은 사실 모호한 단어니까요. 나도 모르게 나와 내가 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 되어버린 것들이 ‘지금’과 이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두 경주나 종로처럼 문화재가 많을 수 없고, 강원도나 밀양처럼 아리랑이 존재할 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없으면 찾거나 만들면 됩니다.


시인 박철 선생님은 강서구 개화동에서 태어나 김포, 개화동, 방화동 등을 소재로 시를 써오셨습니다. 시인의 눈에 비친 지역은 단순히 지역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그립니다. 박철 선생님의 시집을 모으고 읽으면서 문학 작품에 담긴 강서구를 돌아보았습니다. 폭염주의보가 연잇는 올해 여름은 땀으로 새겨놓은 문학 지도로 남겠지요. 


시집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에 실린 시 ‘약속’에는 ‘김포 개화산 너머 보물웅덩이’가 나옵니다. 범머리웅덩이라고 불리는 이 작은 못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한강 물이 불어나면서 생겼다 (강서 뉴스, 2023-01-03 기사, 홍재숙 작가)’는 말도 있고, 그전부터 존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시 ‘약속’에서는 ‘퇴각하는 몽골군이 보물을 잔뜩 버리고 갔다’라고 전합니다.


일제가 패망하면서 귀중품을 이곳에 버리고 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보물웅덩이’라는 말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전해졌습니다. 1970년경 주민들의 청원으로 김포공항 내에 있던 미 공군 Ⅱ전투 비행대의 도움을 받아

대형 모터 펌프 수십 개를 지원받아 웅덩이 물을 퍼내었지만, 1개월가량 물을 퍼내도 물이 줄지 않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현재는 웅덩이 주변으로 주변에는 배드민턴장과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을 비롯해 건축물 폐기장과 사유지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지금은 웅덩이와 주변이 조금 위험하다 보니 자세한 주소를 알려드리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주변이 정비되고 나면 웅덩이를 바라보면서 박철 시인의 시 ‘약속’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날이 저에게는 ‘보물’처럼 느껴집니다. 


* 강서소식지 방방 2023년 8월호에 쓴 글입니다.



다시서점,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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