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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29. 2024

발행인은 오늘도 궁금합니다



발행인은 오늘도 궁금합니다


2003년 발매된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곡 ‘Where Is the Love?’은 9·11 테러 이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2003년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이었습니다. 테러리즘, 정부의 위선, 인종 차별, 범죄, 환경 문제, 전쟁, 편협함 등을 다룬 이 노래는 낙담한 듯한 어조로 사랑을 읊조립니다.


‘사랑은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 이 노래에서 말하는 사랑은 맹목적이거나 일방적인 것이 아닌, ‘인류애’에 가깝습니다. ‘모두 어머니를 잃은 아이처럼 되어 버린 사람들’과 ‘드라마에 중독된 것 같은 세상’, ‘바다 건너 테러를 막겠다고 외쳐대지만 정작 테러리스트는 여전한 이곳’.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걸까요.


‘사람들은 굴복하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오직 자기 몫만 바라’ 보는 세상. ‘나이를 먹을수록 냉랭해져 가고’, ‘대부분은 돈 불리기에만 관심을 쏟고’, ‘미디어에는 항상 잘못된 정보들’, ‘부정적 이미지일수록 관심을 받고’, ‘Where Is the Love?’에서 말하듯 인간성의 가치와 공정성, 평등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자본주의 최대의 가치는 돈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세상은 물질주의로 변모했고, 천박해졌으며 공허해졌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모든 것은, 이미 예전부터,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돈과 바꾸기 어려운 관계, 사랑, 공정성, 평등, 화합과 같은 말들은 그저 예전에나 있던 말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가끔 울적해지는 이유, 때때로 우울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아버지, 어머니에게 사랑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도, 신에게 되물어도 대답이 없는 이유는 왜일까요. 칼 세이건은 『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무지에 대한 찬양(celebration of ignorance)’이 ‘자신의 기분에 좋은 것과 진실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우리가 단순화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지식은 우리를 냉정하고 냉소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너무 많이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거의 느끼는 게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기계보다는 인간성이 더욱 필요하고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발명의 진짜 의도는 인간의 선함에 전 지구적 형제애와 우리 모두의 화합을 호소하기 위함’이라면서요.


사랑은 어디 있나요.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했던 것은 진정 사랑이었나요. 낙담과 증오, 차별과 분노, 광기가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다시 질문을 해보아야겠습니다. ‘Where Is the Love?’. ‘사랑은 어디 있나요.’ 고통에 찬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사랑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이 대체 어디 있는지 말입니다.


* 강서소식지 방방 2023년 9월호에 쓴 글입니다.



다시서점,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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