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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29. 2024

쉽게 사라지지 말아야 할 이유



쉽게 사라지지 말아야 할 이유


2019년 6월에는 증평에 다녀왔습니다. 울릉도 다음으로 가장 면적이 작은 군입니다. 조선 중기 시인이자 다독가인 김득신의 고장이지요. 작가 유시민씨의 이름을 진주 대첩의 명장이자 진주목사 김득신의 할아버지 김시민에서 따왔다고도 하지요.


증평에 도착하자 만나는 모든 군민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증평에 왜 왔어요?”, “볼 것도 없는데…”, “청주로 가면 그나마 볼 게 많아요.” 배우 박보영과 스타강사 김미경의 고향, 증평. 증평은 그렇게 볼 게 없는 도시인 걸까요.


증평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도시였습니다. 증평 곳곳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요. 한 달 전에 후쿠오카 이토 덴에몬 저택을 다녀왔기 때문에 더욱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 덴에몬 저택은 후쿠오카 시내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이 저택은 탄광왕으로 이름을 떨쳤던 이토 덴에몬, 그와 10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시인이자 다이쇼 시대 3대 미인에 꼽혔던 야나기와라 뱌쿠렌이 살았던 곳입니다. 일본 드라마 ‘하나코와 앤’에서도 뱌쿠렌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 나오기도 하지요.


저택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국어 번역이 곳곳에 되어 있어 관람하기 편했습니다. 모든 표지판에 번역이 되어 있기도 했지만 음성 번역도 되어 있어서 저택을 천천히 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곳에도 이런 서비스를 준비해놓은 것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 걸리는 증평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해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는 없었지만, 그 고요함이 누군가에게는 뜻깊은 곳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조선 중기 시인 김득신이 다독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시는 여전히 번잡하고 시끄럽습니다. 그래서 독서인구가 줄어드는지도 모르지요. 지방 소멸, 인구 소멸. 무언가 사라진다는 말을 지겹게 듣는 요즘. 단순히 감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사라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남겨야겠다’라고 생각합니다. 


* 강서소식지 방방 2023년 9월호에 쓴 글입니다.



다시서점,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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