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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29. 2024

책상에 앉아 사업을 계획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화곡동의 시장과 유통단지 산책

해마다 사업계획서를 쓰기 전에 강서구 지역 곳곳을 돌아봅니다. 걷다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사업에 고려할 사항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책상에 앉아 사업을 계획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접 마주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길을 걸으며 동네를 파악하기 시작한 건 2014년 가을쯤이었습니다. 종로4가에서 처음 문을 연 다시서점은 몇 달만에 그곳을 정리하고 옮길 곳을 찾게되었습니다. 대학로부터 공덕까지 부단하게 걸으면서 월세가 저렴하고, 한적하지만, 인근에 회사나 학교 등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구두 하나가 다 닳을 정도로 걸었지만,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렸고, 어려웠습니다.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잡은 건 함께 해보자고 말해준 초능력 사장님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형이자 선배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택리지 사업을 통해 한남동 코디네이터를 맡아 일하며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좁은 골목길 곳곳을 걸어다니며 매일 마주하는 곳이었으니까요.



며칠 전에는 강서 N개의 서울 사전 조사 겸 화곡동의 시장과 유통단지를 돌아보았습니다. 강서구 방화동, 공항동 주민들은 까치산 시장 쪽을 갈 일이 많지 않습니다. 화곡터널을 지날 일도 1년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 하지요.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고 두 지역을 잇는 대중교통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서울은 어딜가든 이래저래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굳이 한 시간 걸려 가야할 일이 없기도 합니다.


방화동 주민들은 대부분 방신시장을 이용합니다. 까치산 시장에 비하면 작은 시장이지만, 공항시장이 쇠퇴하면서 방신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그 역할을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까치산 시장은 길게 늘어진 골목형 시장이고 시장 내에 유사 업종도 들어서 있었습니다. 


까치산역 1번 출구는 출근 시간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곳입니다. 까치산역은 2호선과 5호선이 지나는 역으로 연간 1000만명 가량 이용합니다. 인구가 많고 대부분 저층 빌라로 구성된 화곡동에는 까치산 시장 외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골목형 시장이 많습니다. 이날은 지역 탐방을 마치고 관악구에 있는 '자체휴강 시네마'를 다녀왔는데 자체휴강 시네마로 가는 길에 본 인헌시장과 까치산 시장을 비교해 보기도 했습니다.


인헌 시장에 비해 까치산 시장이 조금 더 좁게 느껴졌는데 인헌 시장은 천장이 뚫려 있고 까치산 시장은 아케이드형이어서 그렇게 느낀 건지, 바닥이 달라서 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헌 시장은 매장이 안으로 넓기도 했기도 했습니다.


결이 조금 다르지만, 작년에 후쿠오카에서 지나갔던 시장은 이러했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매장이 물건을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 이용객이 걸으며 밖에서 매장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더 확보하느냐,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은 이용객들을 위해 이용자센터를 만들거나 카페를 만들기도 하는데 정주 공간에 관한 이해도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쁘고 귀여웠던 루디아 의상실


강서유통단지로 이동하는 길에 만난 주유소.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까지 이 주유소 회사의 신월점에서 일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일했던 기억이 나네요. 몇 개월 간 벌었던 돈은 등록금 내고 자취방 월세 내고 나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지만요.


화곡동 맛집. 전주 뼈해장국 감자탕. 낮인데도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인근 상권에서 오래 운영되는 곳은 몇 곳 없습니다. 계속 간판과 업종이 바뀌곤 합니다. 강서구 대부분은 노래방, 당구장 등의 업종이 생계형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 지역도 그러했습니다. 


곰달래 도서관이 있는 곰달래 문화복지센터 1층에서 커피를 사 마셨습니다. 발달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내려주는 커피였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었습니다. 센터가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데, 서울 대부분의 문화시설은 시설의 위치가 외지고 주변 지역에 자원이 밀집되지 않아서 밀집지역과 시설위치가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참고  


서울시 문화시설 현황과 확충방향

https://www.si.re.kr/node/43970 


서울 서남권 문화시설 현황과 확충방안

http://www.sdi.re.kr/node/67540


강서 화곡유통단지는 도매시장입니다. 완구부터 문구, 화장품까지 도매와 유통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종종 소매로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도매이며 소매를 일절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으로 중국에서 직접 소매로 구입할 수 있고, 소매가보다 도매가가 더 비싼 경우도 있어서 도매시장을 찾지 않는 분들도 않습니다. 도매꾹 같은 도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분들도 많지요.

  

화곡 2·4·8동에 걸쳐 있는 화곡유통단지는 경인고속도로 및 이면 복개도로를 중심으로 1990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큐모가 큰 생활유통단지이고 다른 곳에 비해 주차도 편리한 곳입니다. 서울 서부권에서 꾸준히 유통을 해온 곳이기도 하고 특화상권 활성화 계획 등을 세우면서 앞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큰 도로 뒤 주택에도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걷다보면 남부시장이 나옵니다. 양천구과 화곡동이 붙어 있다보니 생활권이 겹치는 듯 하지만 양천구 주민들이 화곡동으로 건너와 장을 보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허나, 화곡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의 생필품을 남부시장에서 구매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재래시장을 걷다보면 이미 왠만한 사업은 다 진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래시장 활성화부터 도시재생 사업까지 온갖 사업들이 진행되었지만,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돌이켜보고 재정비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고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이 좀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나름의 멋과 맛이 있지만, 주렁주렁 달린 간판도 정리되었으면 좋겠고 시장 입구마다 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지도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밤에는 낙성대역 안쪽에 위치한 독립영화관 자체휴강 시네마를 찾았습니다. 2017년에 문을 연 자체휴강 시네마는 현재 예약제로 운영 중입니다. 지하지만 너무 쾌적해서 식물을 키워도 좋겠다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한남동에 있던 극장판도 떠올랐고요. (극장판 대표님들 어디서 무엇을 하시든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요!) 곳곳에서 파수꾼처럼 문화예술을 지키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오늘도 싹이 돋고 뿌리가 뻗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자체휴강 시네마

https://www.instagram.com/huegang

https://www.huegang.com/ 



다시서점,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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