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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30. 2024

후쿠오카 하카타 돈타쿠 미나토마쓰리, 후쿠오카 형무소

그리고 구 이토 덴에몬 저택

구글 지도에 최대한 가고 싶은 곳을 많이 기록해두고 여행을 갑니다. 막상 여행을 시작하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여행 루트를 짭니다. 함께 가는 친구가 있을 때에는 모두의 취향을 반영하고, 각기 꼭 가고 싶은 곳을 들릴 수 있도록 하고요. 


해외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의 서점과 음반점은 꼭 가보려고 합니다. 여행 전에 그 도시의 역사를 알아보고 더 많이 느끼고 돌아오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의 여행은 휴식이라기보다 출장에 가깝고, 출장이라기 보다는 공부에 가깝습니다. 하나라도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싶은 강박이 있습니다.



하카타 돈타쿠 미나토마쓰리는 매년 5월 3, 4일 이틀 동안 600여 단체, 3만 명 가량의 시민이 참가하는 축제입니다. 코로나 전에 갔던 여행에서는 예기치 못하게 하카타 돈타쿠 기간에 후쿠오카에 도착했습니다. 후쿠오카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관람객만 200만명이 넘습니다.


전통시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시민들이 축제를 즐깁니다. 규모가 상당하지만 질서정연하게 행사가 진행됩니다. 이미 1962년부터 후쿠오카 시민의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근대적인 축제로 진행한 하카타 돈타쿠는 후쿠오카시·후쿠오카 상공 회의소·후쿠오카 관광 컨벤션 뷰로. 세 단체가 '후쿠오카 시민의 축제 진흥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운영합니다. 


후쿠오카 시민들이 참여하는 퍼레이드 행사가 압권인데, 고후쿠마치부터 텐진까지 이어집니다. 4, 5시간 가량 이어지는 시민들의 전통춤부터 큐슈 지역의 마칭 밴드들의 행렬과 시내 30곳 이상에 설치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이 메인 행사이지만 거리를 걸으며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퍼레이드만 즐겨도 축제 분위기에 젖어듭니다.


후쿠오카 시민의 축제 진흥회

https://www.dontaku.fukunet.or.jp/


후쿠오카 시민 예술제

https://fcaf.jp/


후쿠오카는 5월에 하카타 돈타쿠가, 가을에는 후쿠오카 시민 예술제가 열립니다. 음악, 미술, 연극, 댄스, 전통 예능, 문예, 미디어 예술, 생활 문화 등 폭넓은 장르의 종합적인 예술 축제를 반세기 이상 이어왔습니다. 하카타 돈타쿠를 지켜보면서 많은 고민을 해게 되었습니다. 민관이 협력하여 행사를 운영할 때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는 지점이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일본 정부는 지역전통을 활용한 행사가 개성이 풍부한 지역사회의 실현과 상공업을 활성화 시킬수 있도록 ‘지역전통, 예능 등을 활용한 행사의 실시에 의한 관광 및 특정 지역 상공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일명 마츠리법)’을 제정(‘92.6.26, ’11.8.30 개정)하여 제도적으로 지역축제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중략)


또한 일본의 마츠리는 관주도가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마츠리보존협회, 상인연합회의 지원과 관광협회의 홍보 등을 통해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일본의 지역축제』 활성화 요인과 향후과제 (2015. 6.)

주일한국대사관 (자치협력관실) 

https://www.gaok.or.kr/gaok/cmm/fms/FileDown.do?atchFileId=FILE_000000000120341582895&fileSn=1&bbsId= 


물론 일본의 축제도 성공적인 사례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여러 연구와 조사를 통해 해외 축제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정리해두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지난 문제점을 답습하는 건 왜일까요.


우리 나라의 지역축제는 행사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요소를 갖춘 전략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타 지역의 행사를 모방하 거나 관주도의 즉흥적, 전시행정적으로 추진되는 사례가 많아 투자에 비해 성과가 낮거나 낭비적 요소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치단체의 지역축제는 전형적인 장소판촉의 수단으로서 마케팅계획의 과정에 따라 추 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음은 국내외 여러 지역축제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김흥래)


시와 상공회의소 등이 서로 모이면 실제로 손발이 맞지 않았고 사무국도 시청에 설치한 상공관광과가 대행하여 주최가 불명확한 상태였다. 사전교섭 부족, 예산의 의견 차이 등 형편없는 엉터리 계획이 실행 된 것이 ‘풍요의 나라 테크노피아’ 였다. 시의 부담금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빠듯한 예산 계획에도 불구하고 짧은 준비 기간에 졸속으로 진행되었던 ‘풍요의 나라 테크노피아’는 예상했던 만큼 입장객이 모이질 않았고 결국 1억 6천만 엔의 적자를 발생시켰다. (김선기 연구위원)


향토자산 활용 지역축제의 마케팅전략 (2003. 12.)

한국지방행정연구원

https://www.krila.re.kr/download/report/kor/376


이 여행에서는 후쿠오카 형무소를 들렸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은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수감하였습니다. 그들의 잔혹한 취조와 고문으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옥사하였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는 독립운동가 윤동주, 송몽규 시인이 돌아가셨습니다. 재미있게도 종종 인스타그램에 후쿠오카 형무소 관련 포스팅을 올리면 신고가 들어옵니다.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뒷맛이 씁쓸한 건 왜일까요. 


NHK 연속 TV 소설 '하나코와 앤(2014)'에는 실존인물인 야나기하라 뱌쿠렌을 모델로 한 하야마 렌코(나카마 유키에가 연기)라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다보니 뱌쿠렌의 인생도 살짝 엿볼 수 있는데 뱌쿠렌은 다이묘 시대 3대 미인이라고 불렸던 시인이며 3번의 결혼을 한, 그것도 2번째 재혼 때는 아사히 신문에 남편 이토 덴에몬에게 보내는 공개 절연 선언문을 게재한 인물이었습니다.

후쿠오카에 갔던 이유 중 하나는 야나기하라 뱌쿠렌의 두 번째 남편 탄광왕 이토 덴에몬의 저택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철거될 뻔했던 이토 덴에몬 저택은 약 2300평 부지에 화려한 건물 내부와 정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한 시간 반 가량 가야했기 때문에 함께 간 친구들이 피곤해하기도 했지만 도착해서 모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구 이토 덴에몬 저택

https://www.kankou-iizuka.jp/denemon/index.htm 


저택 곳곳에 사치스러운 인테리어가 가득했는데 그보다 더 놀랐던 건 곳곳에 있는 한국어 설명과 핸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설명이었습니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멀리서 갔는데 그냥 멀뚱멀뚱 구경하다가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증평에 가보았습니다. 증평은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우리는 관광객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축제를 하고 있고, 어떻게 관광객을 맞으려 하는지. 정책과 행정은 왜 제자리 걸음을 하는지. 그건 담당자의 잘못이라기보다 전문가를 양성하지 않고, 권한보다 책임을 더 지게하는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존에 해야할 일도 많은데 새로운 일을 추가로 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을 썼다 지웠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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