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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Apr 03. 2024

싱가포르라는 도시 정원을 산책하며 (3)


지하철을 타고 하버프론트역(HabourFront)에서 내리면 트램을 탈 수 있어요. 페어 프라이스라는 마트를 구경했습니다. 싱가포르 최대 슈퍼마켓 페어프라이스(Fairprice)는 싱가포르 전역에 150여개의 점포수와 160개의 편의점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향신료도 가격대가 있는 편이어서 향신료는 손도 못 대었습니다. 그래도 마트 구경은 재미있지요. 라면이라도 보면 사볼까 했는데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페어프라이스

https://www.fairprice.com.sg/


푸드 코트처럼 되어 있는 곳이 있길래 갔는데 아침 일찍 가서 그런지 연 곳이 많지는 않았어요. 베트남 여행 때를 떠올리면서 쌀국수를 시켰는데 그릇 밑으로 바퀴벌레 어서 오고 ~ 


베트남 노상에서 먹고 놀랐던 맛은 아니었지만 이 가격대에 먹는 거니까 감지덕지 하자면서 먹었습니다. 가격대는 8000원 정도. 그립네요. 하노이. 


1941년 12월 8일 일본군 6만 명이 싱가포르를 침략했습니다. 센토사 섬의 실로소 요새는 영국군이 싱가포르항을 출입하는 배들을 감시하려 1880년대에 세웠다고 추정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일본군에 항복한 장소입니다. 창이 공항 부지를 비롯해 곳곳에 영국군의 포로수용소가 있었습니다. 센토사섬은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가진 섬 사이사이에 휴양지가 마련되었습니다. 트램은, 무료. 언제까지 무료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는 길은 인천항 같기도, 나가사키 같기도, 포항 같기도 했습니다. 센토사 섬에서 나온 뒤 반대편에서 보니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것 같더군요. 여러 모로 산책 및 조깅하기 좋은 나라 같습니다. 저희가 센토사섬에 온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잠시 지나쳤습니다. 아무도 따라 내리지 않았지만 다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센토사 섬도 생각보다 넓고 즐길 거리가 많아서 휴양을 생각하고 오신다면 하루를 풀코스로 잡으시거나 아예 센토사만 오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곳곳에 그들의 역사가 남아있어요.


센토사 섬에 간 이유는 북미 정상 회담이 열렸던 카펠라 호텔에 가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었던, 싱가포르 회담 후 잘 해결되었다면 카펠라 호텔에서 평양냉면도 팔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차 없이 가기엔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리츠 칼튼을 호텔의 대명사로 만들었다던 ‘홀스트 슐츠(Horst Schulce)'와 경영진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카펠라 호텔

https://capellahotels.com/



회담장으로 사용한 흔적은 동판 밖에 없습니다. 이 판 하나 보려고 온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올 수 있는 곳이면서 북한과 미국 양국에 우호적인 나라. 섬나라에 속한 섬이여서 다리만 통제하면 보안과 통제가 용이한 곳. 140분 간의 회담은 결국 지금 보시다시피 동판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역사는 느리게 가니까요.


종전을 기대하던 저는 여행 후 현대로템 주식을 팔았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카드값 내는 날과 월셋날은 빠르게 오니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에 묵지는 않았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샹그릴라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두 곳 모두 카펠라 호텔과 6km 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그들의 합의문은 이하와 같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을 주제로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진지한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래와 같은 합의사항을 선언한다.


1.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북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관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은 북미관계의 발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


휴전 이후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처음 얼굴을 마주한 이 회담은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2019 남북미정상회동까지 이어졌지만... 결과는 지금과 같습니다. 한반도에 평화는 언제쯤 찾아올까요. 속절 없이 시간만 흐릅니다. 카드값 내는 날과 월셋날은 어김없이 다가오고요.



싱가포르 돌아다니다 보면 나라 전체가 정원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걷고 또 걸어 팔라완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팔라완 섬이 있는 쪽 해변은 그나마 깊지 않아서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깨끗한 해변. 근처에 식당이 없어서 더 깨끗하게 느껴집니다.



누워서 하늘을 보는데 자꾸 업무 관련 전화가 와서 슬펐습니다. 팔라완 섬으로 가면 작은 푯말이 있습니다. 땅끝 마을 온 기분이 듭니다. 사실 싱가포르는 섬이어서 대륙의 최남단은 말레이시아에 있지만, 싱가포르도 다리로 이어져 있어서 일까요. 바다에 떠있는 선박들은 예쁘다고 느끼기 어려웠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바다 위에 불을 켜고 있는 선박들을 보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창가 쪽이 편합니다.


해수욕을 즐기고 싶은데 바지나 돗자리를 안 가지고 오셨다면 근처 편의점으로 가보세요. 안 예쁜 기념품 티셔츠와 금방 구멍나지만 하루는 입을만한 수영 바지를 판매합니다.


이들은 참 여유로워 보여요. 휴가라서 그런 걸까요. 주문하면 늦게 나오는 것만 빼면 참 살기 좋은 나라. 한국이 빨리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우리는 참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해변 옆에 있는 식당에서 피자와 맥주를 먹었습니다. 계산하는데 직원분이 한국분이어서 서로 놀랐어요. 잘 먹고 갑니다. 건강하셔요. 한국 오시면 서점에 놀러오셔요?!  


싱가포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놀이동산이나 테마파크는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지만,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인사동...

인사동 뒷길 피맛골... 일지매... 와사등... 그립읍니다...


피맛골은 옛 모습이 모두 사라진 듯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어 갑니다. 요즘은 이런 설명을 하기 지쳐서 입을 앙 다물곤 합니다.



다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면 이 사진 찍을 많이 찍기에 저도 찍어보았습니다. 사람들 줄 서서 기다리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공자의 나라는 아니지만, 공자 제사 지내는 방법을 중국에서도 배우러 오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관광객 답게 점잖게 기다려봅니다. 싱가포르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가장 작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라지만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계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놀이동산이 약간 자연농원 기분도 납니다. 굿즈들이 정말 많았는데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 결국 못 샀습니다. 딱 하나, 슈렉 컵 하나를 구입했어요. 슈렉은 참 행복하게 보았던 영화에요. OST도 참 좋았고요.


센토사 섬 일정을 왜 길게 잡아야 하느냐면 해변에서 하루,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하루는 거뜬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장권만으로도 많은 구경을 할 수 있지만 놀이기구를 탄다면, 영화를 본다면 그 긴 줄을 기다리고 기다려야 하니 하루 날 잡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굳이 가본 이유는 듀록 성에 가보고 싶어서였지요. 슈렉 1편에서 나오듯이 듀록 성 노래도 나올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짧은 4D 영화를 틀어줍니다. 실망이 사그라듭니다. 조금 즐거워질 찰나 끝났습니다.  



센토사 섬에서 하버프론트로 돌아와 밖으로 나와보니 센토사 섬을 한 번에 볼 수 있었습니다. 한참 해지는 모습을 보다 돌아왔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밤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사람 구경도 하고 건물 구경도 합니다. 땅바닥도 보고 가로등도 보다 보면 금방 시간이 갑니다. 혼자 여행하기 보다 함께 여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이야기 해주곤 합니다. 



Aroy-Dee Thai kitchen

127 Bencoolen St, 싱가포르 189637

https://goo.gl/maps/bNZM2b8Gh6DyteN16


숙소 인근에 있는 타이 음식점에 갔습니다. 하이트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한국인이라고 말하니까 


"하이트도 팔아요."

"아이 헤이트 하이트"


저는 타이 맥주를 마셨습니다.



추천 메뉴 공심채 튀김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피쉬소스에 찍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이건 매울 거라고 하셨지만, 한국인이라서 매워도 된다고 했는데 역시나 하나도 안 매웠습니다. 직원분이 친절하셔서 즐거운 식사가 되었습니다. 식당은 친절하면 맛이 없어도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식당은 게눈 감추듯 그릇을 싹 비우고 나오고요. 


다시 숙소를 향해 걸었습니다. 3일 동안 45km를 걸었습니다. 잘 걷고, 잘 보고, 잘 먹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것을 보고 싶습니다. 



다시서점 스테디오

https://link.steadio.co/RtvUbwfMm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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