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은 긍정도 내려놓는다
"숨 쉬세요. 숨 참지 마요. 호흡을 끝까지 뱉어내고,
다시 폐에 공기를 가득 머금으세요." ·
강사는 수업 내내 숨 쉬라고 주문한다. 나는 분명 숨을 쉬고 있는데, 들이마시고 내뱉는 이 당연한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54세, 하루에도 몇 번씩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몸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검지에서 시작된 저릿한 통증은 팔꿈치를 지나 어깨까지 타고 올라왔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조차 비명이 새어 나왔다. 병원 치료도 소용없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건 운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재활'이었다. 뒤틀린 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뚱거렸다. 선생님은 온몸으로 나를 부축했고, 여기저기 굳고 말리고 뒤틀어져 열리지 않는 내 서툰 몸을 지지하며 호흡을 함께 하고, 치어리더처럼 응원했다.
수업 시간마다 '버티고 있는 나'를 만난다.
평생을 머리로만 버텨온 나, 몸은 방치한 채 숨 쉬는 방법조차 잃어버린 나를 마주한다. 팔을 뻗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살아온 방식은 늘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강사는 다시 주문한다.
"힘 빼요. 숨 쉬어요."
그제야
나는 몸을 툭 내려놓는다.
힘을 빼면 무너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편안해진다. 움츠러들었던 내 몸이 펴지고, 닫혔던 몸이 조금 더 열리고, 마음은 고요히 내려앉는다.
숨을 꽉 막히게 했던 현실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그 현실 속에 응원이 스며든다.
어느 날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져지지고 않는,
잊혔던 존재인 '등'의 존재를 느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백허그를 하듯 등의 감각을 깨운다.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좀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던 날들. 이제는 누군가의 온기 대신 내 등의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나를 지탱하는 법을 배운다.
몸과 마음에 독이 되는 '악착같은 긍정'도 내려놓고, 이를 악물지 않은 채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뱉는다.
영하 15도의 추위와 업무의 피로가 발목을 잡는 날도 있다. "오늘은 쉬어도 돼"라는 스스로의 유혹을 뿌리치고 기어이 센터로 향한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명징하게 차가운 겨울 밤하늘 아래서
나는 하얀 포말처럼 배시시 웃는다.
의무감에서 해방되어,
통증에 기쁨을 얹어 호흡을 뱉어낸다.
지루하고 고된 나의 몸을 이제야 사랑하기로 한다.
고요하고,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