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9개월간 우리는 열여덟 권의 책을 읽고, 아홉 개의 질문에 답하는 글을 썼습니다. 이 여정이 우리를 이끈 곳은 익숙한 세상의 정답이 아니라, 땅 꺼짐처럼 갑자기 열린 물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질문 속에서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은 만족을 모르는 거대한 입 같습니다. 어떤 날은 모든 것을 삼켰다가, 어떤 날은 도로 토해 냈습니다. 괜찮아, 곧 행복해질 거야, 이렇게 스스로를 달랬지만, 세월이 우리의 뺨을 때리고 어깨를 흔들어 깨운 지금, 우리는 여전히 그 질문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맨홀처럼 깊은 물음 속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로 주변을 비춰본 우리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세 가지 중요한 유산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고통의 책임이 전부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껏 우리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이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지배적 가치가 진정한 나에 대해 침묵하도록 만들고 있진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둘째, 폭력을 먹고 자란 사람은 자신을 돌볼 수 없습니다.
교육과 안전으로 위장한 폭력은 우리를 베고 깎았습니다. 우리는 자기 삶을 살지 못하고, 사회의 버팀목으로 견뎌왔습니다. 버팀목이 된 인간은 자기 돌봄 대신 자기 처벌을 선택해 스스로 무너져 내립니다. 우리는 나의 경계를 허문 폭력의 자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나아가 내가 누군가의 경계를 침입했다는 사실도 함께 인식해야 합니다.
셋째, 나라는 구멍을 채우는 것은 결국 타인입니다.
나의 이야기와 자기 확신은 다른 것과의 관계에서만 가능합니다. 누가 맞고 틀렸다는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마음은 나와 다른 것 사이에서 때에 맞는 의미를 순간순간 만들어 냅니다. 인간다움은 타인과 함께 빚어내는 순간의 의미에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마음에 새겨주세요.
그리고 이제 여러분이 직접 쓴 문장을 천천히 삶 위에 필사하세요. 순간마다 문장을 고치고 닦아주세요. 한 문장을 고집하지 않을 때, 일상은 조금씩 달라질 겁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넘어 타인을 이해하고 세계와 어울리는 연습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답게 살길 바랍니다.
사람을 읽고, 세상을 쓰는 사람으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