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 곳을 끊임없이 두드리기

플라멩고의 철학

by life barista

스페인의 3대 놀이.

축구, 투우 그리고 플라멩고.

축구는 흥행하다 못해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로 광폭하다.

투우는 동물권이 발전하면서 차츰 줄어들더니 금지된 곳까지 생겼다.

플라멩고는 나름 명맥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인기 있다.


플라멩고는 끊임없이 발로 바닥을 두드린다.

내가 딛고 서 있는 바닥을 천천히 또박또박 두드리더니

이내 여름 소나기처럼 두두두두두 때린다.

쉼없는 두드림은 땀으로 변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나 여기 있소.

여기에 땀을 뿌리고 있는 나를 허락해주시오.


집시.

고향을 떠나온 사람.

아니 고향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

자기 존재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사람.

그래서 늘 불안한 사람.

흔들거리는 삶.

언제 떠나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는 사람.

그들의 춤.

그들의 확인.

딛고 있는 땅을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몸.

자기 집과 땅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확인.

발구르고 밟고 차고 다지고 종종대고 쿵쿵거리는 확인.

나 여기 있어도 되는가.


플라멩고를 추는 집시의 표정이 비통한 이유는 바로 이런 물음때문이다.

안데스 산맥 어디선가에서 들을 법한 노래가 기타에 걸린다.

노을을 바라보는 늙은 인디언의 죽음 닮은 목소리.


나 여기 있어도 되는가.

나 머물러도 되는가.

다시 떠나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플라멩고,

모든 인간의 춤.

모든 인간의 질문.


나 여기 있어도 되는가.

쿵쿵쿵쿵

따악 따악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