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fe barista
Dec 20. 2021
천사 같던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울먹이신다. 선생님께서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편찮으실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한 것, 자주 찾아뵙지도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셨다. 어르신들을 마치 어머니처럼 생각하시면서 지극정성이시다. 다른 요양보호사들도 그렇지만 이 선생님께서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신 편이다.
그가 사회복지사 일을 한 뒤 알게 된 못된 생각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는 가난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그러나 이 일을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하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 있는 편이다. 사실 이 일이 돈만 보고 하기엔 험하고 박하기 그지 없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 아팠던 자식 생각에서 싹튼 봉사의 마음이 없다면 오래하기 어려운 일이다.
억울한 사건은 이렇다. 천사 선생님께서 돌보시는 어르신이 자꾸 거짓말을 하신다. 천사 선생님께서 뭔가를 자꾸 훔쳐 간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걸 빌미 삼아 요양보호사를 교체하라고 계속 그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요양보호사를 습관적으로 바꾸곤 하셨다.
이 어르신의 고약한 거짓말과 성깔은 유명하다. 오죽하면 자녀들마저 휴대폰에 수신 거부를 했겠는가. 그런데도 천사 선생님은 엄마 생각난다며, 마음이 허전하면 거짓말도 할 수 있다며 계속 어르신을 두둔하셨다. 하지만 자꾸 도둑으로 몰아가니 결국 지치신 것이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돈이 없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험한 일 하는 사람이니까 궁핍해서 뭐라도 훔쳐 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싫으면 그냥 싫으니까 바꿔 달라고 하시면 되는데, 시계 훔쳐 갔냐? 반찬 훔쳐 갔냐? 여기 있던 컵은 어디 갔냐? 자꾸 이러시니까 억울해서 더 이상 모실 수가 없네요.
그가 어르신을 찾아갔다. 어르신의 아들에게 연락해 꼭 와 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은 어르신이 무서워하는 유일한 사람이면서 자신을 찾아오는 유일한 자식이기도 하다. 어르신에겐 거짓말 탐지기보다 아들이 직효약이다. 어르신은 순순히 듣기만 하신다. 아들이 앞에 떡하니 앉아 있으니 어떤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다.
말씀을 그렇게 잘 내던 어르신의 입술이 꿀 먹은 벙어리다. 지금껏 거짓말한 것이 모두 들통나 버렸다. 삐쭉 나온 입술이 피노키오 코처럼 자란다. 불만스런 마음이 고스란히 표정에 모여 있다. 그는 그게 안쓰러웠다. 안되겠다 싶어 어르신이 빠져나올 구멍을 만든다.
어르신께서 깜빡 하신 거지요? 그럴 수 있어요. 앞으로는 그냥 좋은 말로 선생님께 물어보세요? 그렇게 하실 거지요?
이만한 구멍이면 못 이기는 척하고 그냥 가만 계시면 되는데 그럴 어르신이 아니다.
이제 어르신의 공격 대상은 그다. 양쪽 눈을 마치 도끼처럼 뜨고 그를 사납게 노려보면서 대뜸 한마디 쏘아붙이신다.
너 왜 자꾸 거짓말 하냐?
한방 얻어 맞았다.
그런데 아프지 않고 웃기다.
모두 한참 웃었다.
어르신도 따라 웃는다.
천사 선생님께서 제일 크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