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한 송이의 슬픔,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사랑

다시 사랑하게 될 그 이름

by 다시 사랑

한 번의 실패였다. 열정을 다했던 5학년 교실에서 '무력감'을 마주했던 순간, 내 안의 교사라는 자부심은 산산조각 났다. 아이들에 대한 불신과 무기력함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에 빠졌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한 신규 교사의 비보. 일면식도 없었지만, 꽃처럼 스러져간 그 어린 여교사가 꼭 나 같았다. 나는 무작정 국화 한 송이를 들고 그 학교로 향했다. 신축 아파트들이 위압적으로 에워싼 학교 건물,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공간이었던 1학년 교실 창문의 쇠창살. 그게 내 눈에는 방범용이 아니라 그녀를 가두었던 감옥처럼 보여 가슴이 먹먹했다.


학교 벽면을 가득 채운 “내가 당신입니다”라는 동료들의 울분 섞인 외침들. 교권이 바닥에 떨어지고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던 그때, 나는 정말 학교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 암흑 같은 시기에 만난 정토불교대학,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 도반님. 그녀 역시 교사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분도 나처럼 힘들겠지.' 그런데 경험담을 나누던 중,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내뱉은 한마디에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제가 원래 꿈이 선생님이었거든요. 꿈꾸던 선생님이 되어서 지금 너무 좋아요!”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내가 그토록 벗어버리고 싶었던 멍에 같은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가슴 설레는 꿈이자 기쁨이라니. 그녀가 겪는 교실은 나의 교실과 다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그 당시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그녀의 표정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다. 이 직업은 분명 사랑할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는 것. 내가 놓아버렸던 그 가치를 누군가는 온 마음을 다해 지켜내고 있다는 것.


그날 이후, 나의 기도는 바뀌었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가 아니라, '나도 저 도반님처럼, 다시 한번 이 직업과 뜨겁게 사랑에 빠지게 해 주세요'라고.


비극의 현장에서 국화를 들고 울던 나는, 이제 다시 아이들의 보석을 찾는 '마음 큐레이터'가 되어 교실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누군가의 꿈이었던 이 자리를, 이제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남기기 위하여.




"글로 다 전하지 못한 고요한 위로를 영상과 소리로 담고 있습니다.

지친 하루의 끝,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쉬어가고 싶다면 유튜브 '다시 사랑'에서 함께 호흡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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