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엠마 Mar 12. 2024

해리엇

진짜 어른이 있다면

해리엇. 

원숭이 찰리와 거북이 해리엇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  

혹은 진짜 어른과 진정한 위로에 대한 이야기다.


해리엇(2011), 한윤섭 글;서영아 그림, 문학동네



찰리는 엄마와 함께 사람들에게 포획되어 몇 년간 인간 아이의 손에 길러진다. 그러나 아이가 떠나면서 다시 동물원으로 보내진다. 출입문 열쇠를 몰래 가지고 동물원으로 들어온 찰리는 첫날부터 개코원숭이 스미스의 협박에 시달린다. 인간에게 굴복한 찰리를 비웃으며 개코원숭이들의 우두머리 스미스는 찰리에게 돌을 던지고 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네가 그 열쇠를 주지 않는다면 넌 네 방에서 며칠 살지 못할 거야. 난 그 따위 열쇠 없이도 편하게 살 수 있어. 하지만 넌 절대 살 수 없을 거야. 왜냐하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외로움과 두려움에 질식할 것 같은 그때, 찰리에게 해리엇이 다가온다. 


"아가야, 두려워할 것 없다. 난 네 친구다. 그걸 말해 주고 싶어서 여기에 온 거야." 

"처음이라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외로울 거야. 난 네 마음을 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여기는 너 혼자가 아니다. 그걸 알려 주고 싶어서 온 거야." 


그렇게 해리엇을 찰리의 옆에서 밤을 함께한다. 해리엇의 보살핌과 배려로 찰리는 죽음을 앞둔 동물들과 함께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이내 해리엇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오게 되고, 해리엇은 마지막으로 갈라파고스에서 동물원으로 오게 된 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육지로 이동하며 거북이를 잡아먹는 사람들에게서 어린 거북들을 지키기 위한 늙은 거북이의 희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난 여기 있는 거북 중에 가장 오래 살았어. 그러니까 아쉬울 것도 없어. (중략) 그렇게 하다 보면 저 어린 거북들이 살아남을지도 모르잖아. 저들이 바다를 만나면 다시 우리의 땅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수많은 거북이 모래 속 알에서 깨어나 바다로 향할 때처럼 말이야. 모두 갈 수는 없어도 누군가는 바다를 만날 거야." 


늙은 거북의 희생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해리엇. 그리고 그를 위해 찰리는 숨겨둔 열쇠를 꺼내 결국 해리엇을 바다로 돌려보낸다. 




'애들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어. 내가 부족하니까 좋은 어른에게서 배우면서 자라게 하고 싶어.' 

몇 달 전 친구와 나눈 이야기다. 

그냥 그런 사람으로 치부하고 넘겼던 부족한 어른들. 나 역시 제대로 된 어른이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마음 따뜻한 어른들에게 배우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충만함을 누리기를 바란다. 

해리엇은 진짜 어른을 만나기 힘든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함께하면서도 외롭고 늘 불안한 덜 자란 어른인 우리에게도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은 충분한 위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