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부터 몸치가 되었다
요즘 주변에 춤을 추는 엄마들이 많다.
(아니꼽게 생각하는 춤바람은 아니고) 그들은 너무나 건전하고 즐겁게 취미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 친한 엄마들이 모두 그 그룹에 속해 있으므로 나 역시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피치 못한 사정으로 나는 그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다.
나는 몸치다. 매우 쉬운 홈트 동작도 버벅거리고 마는 상당히 심각한 몸치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몸치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어느 날 갑자기 후천적으로 몸치가 되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책상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추던 어린이였다. 무대 제일 앞 줄에서 자신 있게 춤을 추던 아이였다. 내가 몸치가 되고 만 것은 1학년 때의 일이다.
1학년 어느 수업 시간, 선생님이 춤 동작을 가르쳐 주셨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라 어렵지 않게 따라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계속 지적을 했다. 틀렸다고 연거푸 내리 대여섯 번을 지적받으니, 어린 나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춤을 못 추는 사람이 되었다. 그 맘때 1학년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너희 엄마는 학교 안 오시니?”라는 질문을 자주 하셨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학교에 오는 것을 싫어했던 엄마에게 교육받은 그대로) “네, 안 오세요.”라고 여러 번 말했고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그 선생님이 촌지를 받는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후였고, 나의 춤 기능은 완전히 소실된 상태였다.
한 인간의 재능과 즐거움을 뺏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어릴 때 많이 다그치고 혼내고 윽박지르면 된다. 그러면 너무나 쉽게 그 아이는 자신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인간이라 생각하며 자라게 된다.
그 밖에 다른 트라우마는 성장 후에 회복이 되었으나, 춤 기능만 유일하게 삭제되었다.
어린 시절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자. 이것은 34년 몸치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