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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금 Aug 01. 2024

무력감이 준 선물

그림과 글쓰기에 몰두하게 된 계기

그림 작업중


그림과 글쓰기에

몰두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적어보겠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는 이런 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그림과 글쓰기에 몰두하게 된 계기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무력감‘이다.


예전에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라는 사람은

강하고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 나는

활동적이었으며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지는 걸 싫어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도와주는

약간 정의의 사도 같은 아이였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4학년 즈음

나는 변했다.

그즈음부터 현저하게 말이 없어지며

조용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4학년 때 우리 반에는

약간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좀 활발한 남자애들 무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 애들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자애를

장난으로 빙자하며 괴롭혔었다.


당시의 나는

솔직히 도와주고 싶었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체격 차이로도 이길 수가 없었고

누구도 그 상황을 문제 제기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볼 때는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는데도

나서는 이가 없었고

나 역시 나서지 못했고

용기가 없었다.


아마 그때가 처음 느껴본 무력감인 것 같다.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문제에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것.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속

지켜줘야 할 약자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

그건 분명 학교’ 폭력‘이었다.


사실 교내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은

영향력이 가장 큰 선생님들이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줘야 한다.

그렇지만 당시 4학년 담임 선생님은

그 사실을 방관했다.

그 사건은 내가 선생님이란 존재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는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


무의식적으로 그 사건은 내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내가 당한 것도 아니고 목격한 것뿐인데도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어쩌면 마음의 문을 닫게 된 건지

말이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 이후 5학년이 되어서도 쭉 말이 없었고

담임 선생님과 반 아이들 모두와 소통을 하지 않았다.

간혹 나에게 말을 거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내가 대답을 하지 않거나

너무 말을 하지 않아서

대부분 몇 번 시도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졌다.


그러다가 6학년 때 담임선생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좀 나아져서

중학교 때부터는

다시 말을 하고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고

나의 행동반경이 학교 학원 독서실 집뿐이었기 때문에

정말 세상 물정을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성인이 된 이후

그러니까 대학생이 되고 난 뒤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이 사회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며

나의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물론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사회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사건들에 대해

분노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이내 깨달았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을 바꿀 수 없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히어로 같은 게

될 수 없다는 것.

나 하나로 변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내가 성인이 된 이후 또다시 느낀 ‘무력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로 한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창조하는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적어도 캔버스 속 세상은

내가 아름답게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

내가 적어나가는 글들은

조금은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이것이 내가 그림과 글에 몰두하게 되는 이유 같다.

나라는 세상을 제외하고

어떤 세상도 믿을 수 없다는 것.


현실 속을 살면서 비현실을 꿈꾼다.

그리고 비현실을 쓰고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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