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쓰기에 몰두하게 된 계기
그림과 글쓰기에
몰두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적어보겠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는 이런 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그림과 글쓰기에 몰두하게 된 계기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무력감‘이다.
예전에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라는 사람은
강하고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 나는
활동적이었으며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지는 걸 싫어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도와주는
약간 정의의 사도 같은 아이였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4학년 즈음
나는 변했다.
그즈음부터 현저하게 말이 없어지며
조용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4학년 때 우리 반에는
약간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좀 활발한 남자애들 무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 애들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자애를
장난으로 빙자하며 괴롭혔었다.
당시의 나는
솔직히 도와주고 싶었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체격 차이로도 이길 수가 없었고
누구도 그 상황을 문제 제기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볼 때는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는데도
나서는 이가 없었고
나 역시 나서지 못했고
용기가 없었다.
아마 그때가 처음 느껴본 무력감인 것 같다.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문제에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는 것.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속
지켜줘야 할 약자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
그건 분명 학교’ 폭력‘이었다.
사실 교내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은
영향력이 가장 큰 선생님들이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줘야 한다.
그렇지만 당시 4학년 담임 선생님은
그 사실을 방관했다.
그 사건은 내가 선생님이란 존재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는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
무의식적으로 그 사건은 내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내가 당한 것도 아니고 목격한 것뿐인데도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어쩌면 마음의 문을 닫게 된 건지
말이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 이후 5학년이 되어서도 쭉 말이 없었고
담임 선생님과 반 아이들 모두와 소통을 하지 않았다.
간혹 나에게 말을 거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내가 대답을 하지 않거나
너무 말을 하지 않아서
대부분 몇 번 시도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졌다.
그러다가 6학년 때 담임선생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좀 나아져서
중학교 때부터는
다시 말을 하고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고
나의 행동반경이 학교 학원 독서실 집뿐이었기 때문에
정말 세상 물정을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성인이 된 이후
그러니까 대학생이 되고 난 뒤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이 사회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며
나의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물론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사회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사건들에 대해
분노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이내 깨달았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을 바꿀 수 없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히어로 같은 게
될 수 없다는 것.
나 하나로 변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내가 성인이 된 이후 또다시 느낀 ‘무력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세상을 만들어나가기로 한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창조하는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적어도 캔버스 속 세상은
내가 아름답게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
내가 적어나가는 글들은
조금은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이것이 내가 그림과 글에 몰두하게 되는 이유 같다.
나라는 세상을 제외하고
어떤 세상도 믿을 수 없다는 것.
현실 속을 살면서 비현실을 꿈꾼다.
그리고 비현실을 쓰고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