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흑백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
나의 그림 작품들은 대체로 다채롭고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나의 세상은
그러니까 내가 보통 살아가는 세상은
고요한 흑백세상에 가깝다.
나의 대부분 그림들이 이토록 다채로운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어쩌면 나는 나의 그림들에 나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내가 살아가고 존재하는 이유를 만들고 싶어서
그것들을 캔버스에 쏟아붓는 것 같다.
가끔은 일어나는 게 너무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거의 그렇다.
눈을 떴을 때 오늘이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무엇을 먹고 싶지가 않다.
그런 하루들이 반복되다 보면
나의 의미가 불투명해진다.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 그 모든 게
마치 탁한 색으로 번진 수채화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나의 다채로움을 노력한다.
나의 아름다운 세상을 노력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총총 걸어가다가 휘릭 날아가버리는 새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해석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나의 존재 이유를 가다듬는다.
다채롭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무채색 세상에서
나의 채색 범위를 점차 넓혀가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