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안 하려다 5개월 할부

by 윤다솔



진짜 인생에서 손꼽히는 레전드 바보짓을 했다.

탑파이브 안에 당당히 들어갈 정도로.


나름 우당탕탕한 인생이라 사고를 많이 치는 편인데도,

이 날은 새로 갱신했다.


늦잠을 잤고,

늦게 출근할 것 같았고,

마음도 급했다.


급했음에도 왠지 모를 자신감이 솟구쳐 뛰기 시작했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내리막길을 열심히 달리다가,

나무뿌리 때문에 보도블록이

살짝 솟은 구간이 있었는데

운이 없게도 거기에 발이 걸렸다.


그리고… 난 내리막길을 뛰어가느라 탄성 붙은 상태로 대차게 슬라이딩했다.


살면서 그렇게 크게 넘어진 적이 없었다.

이런 극한의 부끄러움으로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어이없고, 쪽팔리고, 아팠다.


앞에 있던 할머니들이

“오메… 괜찮나? “ 하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수치심에 5초 동안 바닥에 엎드려 일어나질 못했다.


그러다 정신 번쩍 들게 한 건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


“제발… 제발, 설마 아닐 거야…”


그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내부 액정이 처참하게 나갔다.


절망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걸

몸소 느꼈다.


순간 머릿속에서 콰르르, 쾅—

하늘에서 벼락 치는 효과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건 예능이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오는 연출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일단 핸드폰 액정이던, 무릎이 아픈 것보다

출근이 더 중요했기에

절뚝거리며 회사로 갔다.


겨우겨우 회사에 도착 후

무릎이 너무 쓰라려서 바지를 걷어봤는데,


… 애기 때도 이렇게 다친 적 없었다.


양 무릎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고통보다 황당함이 더 컸다.


응급처치로 소독약 발랐다.

아니 근데 소독약 왜 이렇게 아프지...

넘어지는 것보다 한 오백 배는 더 아팠다.


저 미친 내리막길에서 내가 왜 뛰었을까.

소독하는 내내 계속 후회했다.


고통을 일단 해결하니

이번엔 핸드폰이 자꾸 신경 쓰였다.


결국 핸드폰 때문에 반차 내고

서비스센터 가서 수리했는데

30만 원 들었다.

ㅎㅎ


내 무릎도 울고…

내 지갑도 울었다…


5개월 할부…

언제 지나갈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넘어졌던 그 길을 다시 지날 때마다

그 보도블록을 째려보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깨진 액정값 다섯 달 할부를 대신 갚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분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요즘 출근길마다 그 보도블록을 지날 때마다 작게 욕하고 간다.


30만 원과 맞바꾼 큰 교훈 하나 얻었다.


내리막길에서 무조건 뛰지 말기.

내 무릎과 지갑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