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은 육아

by 이다솜

육아 관련 정보들을 찾다 보면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꼽아보겠다.

소리 지르지 마라, 착하다고 말하지 마라, 미디어 보여주지 마라, 아이들 볼 때 스마트폰 하지 마라, 단 것 주지 마라, 라면 주지 마라, 도깨비 어플 쓰지 마라, 친절하기만 하지 마라, 다 해주지 마라, 책 너무 읽어주지 마라, 한글 일찍 알려주지 마라, 36개월 전에는 어린이집 보내지 마라, 하지 말라고 하지 마라, 죄책감 갖지 마라, 마라마라마라....


마라탕도 아니고 여긴 거의 '마라'의 천국이다. 그런데 정작 부모는 아이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된다며, '그 하지 마라'를 강요받는다. 물론 정말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도 많지만, 죄책감을 기껏 심어줘 놓고는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까지 한다.


해라 버전도 있다.

칭찬은 이렇게 해라, 적절한 좌절을 줘라, 영양소 골고루 챙겨줘라, 책 읽어줘라, 스킨십 많이 해줘라, 이야기 잘 들어줘라, 관심을 가져줘라, 시간을 많이 가져라, 창의력 형성은 이렇게 해라, 한글은 이렇게 해라, 라라라... 여기는 거의 라라랜드다.


물론, 여기에도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어디에서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디에서는 하라고 한다. 뭐가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고, 다 지키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담스러워지고 힘들어진다. 그게 육아의 현실이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양육자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면 그 부담은 배가 된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이다. 그 모든 걸 감당해 낼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많지 않다. 아이언맨이라면 가능할까?


그런데 또 아이가 조금만 잘못된 것 같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잘못해서 아이가 이렇게 됐나?' 또는 주변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올 때도 있다. '네가 그렇게 하니까 애가 저러는 거야.' 내가 던진, 혹은 타인이 던진 그 말들은 가슴에 콕 박혀 하루 종일 가슴을 쓰리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그러면 그 생각들을 놓아주자. 필자가 이 말을 함으로써 여러분을 또 해라 지옥에 빠트린 것은 아니길 바란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아서, 혹은 내가 이렇게 해서라는 생각은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그 반대의 것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이렇게 해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변했다. 내가 이렇게 해서 우리 아이가 이런 예쁜 말도 할 줄 알게 되었다.'와 같은. 물론 그런다고 육아가 당장 편하고 너무 즐거워지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일말의 괴로움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필자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진 말자. 너무 힘주면 똥 나온다.


그러면 여러분 모두 오늘의 육아에서 살아남으시기를 바라며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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