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도 못 자는 중입니다만
육아 초반,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잠 문제이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일상생활에 어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처음 육아를 시작할 때 맞닥뜨리는 것이 바로 이 잠문제이다. '새벽 수유'를 하면서, 우리는 잠을 푹 잘 수 없게 된다. 가뜩이나 출산으로 몸도 힘들고, 호르몬도 날뛰는 상황에 잠문제까지 겹쳐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출산 후 가장 큰 소원은 '잠 푹 자기'이다. 신생아는 2시간마다 수유를 해 주어야 하고, 점점 3시간 4시간으로 수유텀은 줄어든 긴 하지만 밤새 깨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100일이 지나면 통잠을 잔다는... 그건 먼 나라의 이야기 일 뿐, 우리 아기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 별로 통 잠자는 시기가 다 다르다. 돌까지도 통잠을 못 자는 경우도 많다. 우리 첫째는 7개월에서야 통잠을 잤다. 밤에 수유를 하면 성장에도 좋지 않다는데, 그렇다고 우는 아이를 그냥 두자니 마음이 안 좋고, 어차피 우는 소리에 잠도 안 온다. 그나마 새벽에 울 때 수유를 하면 쉽게 편하게 잠이 드니까. 그 달콤한 맛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소아과에서는 어찌 되었든 새벽수유를 끊을 것을 추천한다. 진짜 단단히 마음먹고 끊어야 한다. 끊는 방법은 그냥 주지 않는 것이다. 쪽쪽이도 나중에 어차피 떼야할 것이지만 쪽쪽이를 물리든, 안아주든, 아니면 그냥 귀를 닫든. 선택은 부모의 몫이다. 그렇게 한번 끊으면 그래도 그 이후는 아이도 습관이 되어 '아, 밤에는 이제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구나'하고 인지한다.
그러나 새벽수유를 끊었다고,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도 아이가 통잠만 자면 잠 문제가 조금은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31개월이 되도록 아이는 새벽 5시 6시면 눈을 뜨고 44개월이 되도록 중간중간 일어나 물을 찾기도 했다. 또 기저귀를 뗄 시기가 되면 밤마다 화장실을 데려가 주어야 한다. 이불빨래보단 이 쪽이 나은 선택이니까. 어쩌면 매트리스를 바꿔야 하는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으므로, 화장실 이야기에는 벌떡 일어나게 된다.
그뿐이랴, 더 자고 싶어도 7시 반~8시에는 눈을 떠야 한다. 그런데 어린이집 가는 아이에게 밥을 안 주고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그나마도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아침에 죽이 나오니까 간단하게 먹이고 보내지만, 유치원에 가면 오전 간식이 우유 하나다. 그러면 더 든든하게 먹여서 보내야 한다. 그럼 어림잡아도 7시에는 일어나야겠지. 물론 필자가 아침잠이 많아서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고, 아침에 푹 자야 덜 피곤한 사람이 있다. 필자는 후자다. 그래서 새벽수유는 하지 않더라도 아직도 푹 잔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거기에 더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에게는 고모가 있는데 고모에게는 자식이 세명 있다. 그중 막내아들이 이번에 대학교를 갔는데. 이제야 아침밥에서 해방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거기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맞다. 아이들 아침밥을 차려주는 건 고3 때까지 그러니까 적어도 19년은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 19년 동안은 푹 잘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추후에 아침밥을 차려주는 것이 그리운 날이 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장은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밥 생각 없이 푹 자고 싶다. 이건 주말도 없는 일이다. 주말이라고 아침을 거르지는 않으니까. 더구나 아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편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아직은 엄마를 아주 많이 찾는다. 또 필자는 잠귀도 밝은 편이라 아이들이 일어나는 소리에 절로 눈이 떠진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은 우리는 적어도 19년은 잠을 푹 잘 생각을 할 수 없다. 이것도 집집마다 풍토가 다르니 늦게 재우고 늦게 일어나는 집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건 주말에나 가능한 일이고 그런 집도 평일에는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매일이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 아침밥 정도는 자기가 차려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학생이라 치더라도 적어도 15년은 마음껏 잠을 잘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이는 게 편할 것 같다. 아 나의 불면은 15년 이상 남았구나 하고. 언젠가 내가 죽으면 사리가 많이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의 참을 인으로 생긴 사리는 '불면'이다.
사리는 불면 안되는데... ^^;
그러면 여러분 모두 오늘의 불면에서 살아남으시기를 바라며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