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처음 주사를 꽂던 날

몸도 마음도 지치고 피곤한 병원 육아, rhv 바이러스

by 이다솜

사실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는지 모르겠다. 더 아픈 아이들을 기만하는 일이 될 것만 같아서 망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벼운 아이들의 아픔으로도 부모들의 마음은 무너지기에 그런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적어보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이 31개월 18개월쯤 되었을 때. 갑자기 호흡기 질환이 유행했다. 코로나는 아니었고, 코로나 이후 또 rhv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rhv는 급성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대부분의 사람은 1~2주 안에 회복되지만, 영유아와 고위험군에서는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다.


'콜록콜록'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의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걸걸한 기침소리와 38도를 넘는 열. 보통 3일이면 열이 잡혀야 하는데 열이 잡히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서 큰 병원엘 갔다. 그리고 이어진 의사의 말.


"rhv 바이러스입니다. 폐렴이라 입원해야 해요."

바이러스가 폐렴으로까지 번진 상황. 두 아이 모두 바로 입원 수속을 밟았다. 나는 가족 돌봄 휴가를 냈고, 남편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때라 함께 아이들을 케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와줄 수 있는 가족도 없었다. 다행히 시에서 운영하는 '입원아동 돌봄 서비스'를 신청해서 받을 수 있었다. 두 아이 모두 케어 신청을 했고,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입원 첫날, 아이들은 그 작은 팔에 수액을 꽂아야 했다.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가녀린 팔에 주사가 들어갈 때 얼마나 무섭던지. 우리 아이들은 고맙게도 씩씩하게 잘 맞아주었다. 이때 영유아는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몇 번이나 주사를 다시 꼽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입원할 때 많은 부모가 그 부분을 가장 마음 아파하고 어려워한다. 꽂을 자리가 없어서 퉁퉁 부은 손에 주사를 몇 번이나 꽂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되도록 아이가 입원해야 한다면 영유아 전문 입원 병원이나 대학병원에 갈 것을 추천한다.




영유아들이 입원하는 병원이어서 아이들이 볼 책도 있었고, 수액병걸이는 자동차로 만들어져서 아이들이 그나마 흥미를 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병원은 아이들이 지내기엔 쉽지 않은 곳이다. 또 아이가 둘이다 보니 한 아이는 여기에 가고 싶고 다른 아이는 저곳에 가고 싶어 했다. 정말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혼자 케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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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은 4인실을 사용했는데 거의 2인실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이 2명분을 그리고 같은 rsv로 입원한 다른 가족이 2명분을 차지해 총 2 가족이 사용했으니까. 우리 아이들과 나잇대도 비슷해서 다 같이 어울려 잘 놀기도 했다. 낮에 넷이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작은 어린이집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친구들이 같이 있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어린아이들을 케어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소품이 많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아픈데 심심하기까지 하면 짜증이 배로 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필자는 풍선, 그림그릴 도구들, 낚시 장난감, 빔프로젝트 등등 다양한 것을 준비했다.


수액병걸이 자동차를 타다가, 책을 잃어주고 그러다가도 지루해하면 풍선 놀이를 해주거나 그림 그리기를 했고, 낚시 놀이도 했다. 한참을 그렇게 놀아주다 보면 정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다시 생각해도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자라나는 새싹들을 사랑으로 돌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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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낮이 지나고 나면, 저녁이 찾아온다. 선생님들은 6시에 퇴근하시고 남편이 왔다. 그렇게 밤이 되면, 아이들과 자야 하는데 자는 것도 문제다.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뒤척거리다 링거 줄이 꼬일까 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수액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그것도 체크해야 한다. 이때는 아이들이 둘 다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을 때라 밤에 화장실 가겠다고 깨우지는 않았지만, 기저귀를 떼면 밤에 화장실 가는 것도 일일 듯싶다. 수액을 맞으니 오줌양도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거의 일주일을 꼬박 밤잠을 설치며 지내고, 퇴원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병원이 재미있었다고 또 가고 싶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부모가 힘들었지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엄마와 내내 붙어있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두 아이는 44개월 31개월 되었다. 지금 첫째는 날이 조금만 차도 거친 호흡소리와 함께 기침을 한다. 둘째도 첫째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기침소리가 걸걸하다. 첫째는 천식 진단을 받았고, 아마 둘째도 곧 받게 될 것 같다. RSV로 인해 모세기관지염·폐렴이 걸린 후에는 천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천식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낫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사실 집에서 호흡기 치료를 하고 있지만, 진단을 받은 지금까지도 정말 천식인 건지 믿기지가 않는다. 집에 천식 내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천식이라니. 하긴, 그 어린 시기에 코로나부터 rsv 바이러스까지 거쳤으니 폐가 멀쩡하면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신생아에게 rsv 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맞히기도 한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는데 50~100만 원 선이다. 영유아용은 5개월까지 접종효과가 있다고 한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외부와의 접촉이 많은 편이라면 맞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PS.

천식에는 환경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해서 아이들 침대보와 이불 그리고 인형들은 2주에 1번 세탁한다. 가습기를 틀어서 습도도 맞춰준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천 종류의 물건은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소파도 레자로 바꿨다. 커튼은 암막 블라인드로 곧 바꿀 예정이다.


그러면 여러분 모두 오늘의 육아에서 살아남으시기를 바라며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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