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남편은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 같다.
그동안은 건강관리도 자기 계발도 하지 않던 사람이 인생의 목표가 생겨서 공부를 하고 우리 가족과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며 운동과 식단을 한다.
나도 우리 가족 덕에 인생이 하나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는 이겨내기로 했다.
신혼 초부터 너무 달랐던 우리는 육아를 하며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성주의자였고(흔히 말하는 T), 나는 감성이 중요한 사람이었다(흔히 말하는 F). 사실 서로 다름은 있었어도 그전에는 싸울 일이 없었는데, 아이가 생기니 맞춰가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목소리 톤부터 걸음걸이 보폭까지...
서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기보다, 피곤함이 컸던 것 같다. 영유아 시기의 아이를 양육하는 집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피곤함의 한계는 인간의 본성을 끌어올린다는 것을. (이로 인해 첫 화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육아로 인한 피로가 극에 달하면, 그 화살이 서로에게 향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잘 버티면 다시 좋았던 예전의 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이가 생긴 이후, 아이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서 서로에게는 다소 소홀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생기는 서운함도 어쩌면 관계 악화에 한몫을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부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보고, 듣고, 자랄 가정의 화목함은 부부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부 역시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부부는 과거의 것을 답습하기도 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꾸만 부딪히게 되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아픈 과거가 아직 그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용기 내어 내려놓지 않으면,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짐은 우리의 아이도 나눠갖게 되겠지.
'당신은 왜 요리를 안 해?'
'당신은 왜 공감을 못해?'
'당신은 왜 청소를 안 해?'
'당신은 왜 나에게 보폭을 맞춰 걷지 않아?'
'당신은 왜 여자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당신은 왜 먼저 수저를 놔주지 않아?'
'개수대는 좀 깨끗하게 정리해 줄래?'
'칫솔은 썼으면 제자리에 좀 놔줄래?'
우리는 서로에게 저마다의 요구를 밀어붙였고,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어 갔다.
"이럴 거면 나를 왜 만났어"
"그럴 거면 이혼해"
그렇게 우리 관계는 극으로 치달았다. 결국, 우리는 두 아이를 두고 헤어질 수 없어 부부상담을 받기로 했다.
상담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먼저는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부부상담을 받았다. 처음에는 부부가 각각 개인 상담을 받았다. 남편도 나도 크게 와닿는 것 없이 3번의 출석을 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우리 부부에게 꼭 맞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더 가지 않고 다른 상담을 알아보았다.
(정부 지원 상담은 무료이다.)
다음으로는 정신의학과를 찾아가 보았다. 청소를 못하는 것이 ADHD 증상은 아닐까.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이 어떤 이유에서 기인하는 것일까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우리 부부는 모두 ADHD 진단을 받았다. 이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관계가 나아지지는 않았다.
(정신의학과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초기에 10만 원 안쪽의 비용이 들고 그 이후에는 2주에 2만 원 안팎의 치료비용이 든다.)
이때, 남편은 최면 치료도 찾아가 봤는데 1회기만 하고 자기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그만두었다. (최면 치료 비용은 회기당 10만 원 정도 한다.)
다음으로, 치료적 상담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 상담 기관을 찾아가 보았다. 심리 상담과 상담 심리에는 차이가 있다. 상담 심리가 보다 전문적인데, 심리 상담과 달리 상담 심리는 석박사 이상의 전문가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상담이다.
(상담 심리는 50분을 1회기로 하는데, 회기당 거의 10만 원의 돈이 들고 보통 7회기 이상 진행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먼저는 개인 상담을 각각 몇 회기 받은 후 부부 상담을 진행한다. 개인 상담에서는 개인의 기질과 과거의 트라우마 등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를 부부상담으로 연계시켰다.
(가장 좋았던 점은, 개인상담을 통해 개인이 갖고 있던 내면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치유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짧은 회기임에도 그랬다.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 상담 시간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확실히 돈값(?)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엄청 노력하고 있네요. 두 분이 가진 각자의 기질과 다르게 서로 많이 애쓰고 있어요."
사실 그랬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해하고자, 서로에게 닿고자. 하지만 방법이 달랐다. 서로에게 맞지 않는 방식으로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노력을 하고 있었으니 그 진심이 서로에게 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남편은 사랑을 '음식'과 '일'로 생각했다. 와이프를 위해 남편은 그쪽에 주력해 사랑을 표현했다. 아내인 나는 '말'과 '표현'을 사랑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래서 남편에게 '말'과 '표현'을 통해 사랑을 주었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는 없었다. 각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으니까. 이제는 이 부분도 어느 정도는 인지해서 서로 그쪽에서도 상대의 진심을 느끼려 노력하고 있다.
내가 사과를 너무 좋아해서 상대에게 사과를 주었는데 상대는 사과는 싫어하고 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아마도 사과를 주는 그 진심을 오해하게 될 것이다. 사과를 좋아하는 남편은 나에게 사과를, 배를 좋아하는 나는 남편에게 배를 주고 있었다. 어쩌면 많은 부부가 여기에서 생긴 오해와 갈등으로 삐그덕 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으로 이어진 관계에서, 상대에게 해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상담을 받은 후, 우리는 상담사님께서 주신 솔루션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하루에 한 번 '긍정적 표현'하기
아내는 남편에게 '김치찌개' 시켜서라도 냄비에 끓여 주기
사실 그렇게 대단한 솔루션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문가의 말을 통해 들으니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와 우리는 이를 실행하기로 했다.
물론, 그날 이후 당장 고쳐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시행착오 과정 중에 있으나, 그래도 그때 배운 것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대화로 풀어가려 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40프로는 관계 개선이 된 것 같다. (아직 한참 남았다.)
서로를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쉽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부가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나 부부 사이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양한 상담 방법이 있으니 꼭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