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에서 이야기했듯, 필자는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AI는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으나 사실 할머니 댁이나,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상황에 맞춰 보여주는 경우가 있으므로 집에서는 그냥 안 보여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순간 우리는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을 마주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할 때,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너무 크게 떼를 쓸 때 등등.
그러나 만일 영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모라면 그럴 때 영상 외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한 번 거기에서 보여주기 시작하면, 그 뒤의 일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영상을 아이의 손에 쥐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그것을 또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영상 외에 부모와 아이가 모두 힘든 저 상황에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1. 안 보여준다.
태어나서 영상을 먼저 보여달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영상'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아이가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결국 어떤 형태로든 먼저 영상을 접했던 아이이기에 보여달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러니까 영상의 존재를 모르면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여주지 않았더라도 어디에선가 영상을 봤다면 영상의 존재를 알 수는 있다. 하지만 부모는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면 씨알도 먹히지 않는 부모에게 아이는 영상을 보여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첫째 역시, 할머니 댁에 무척 가고 싶어 하는데 할머니는 영상도 가끔 보여주고, 과자도 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영상 보여달라, 과자 달라 떼쓰지 않는다. 아무리 이야기해 봐야 자기 입만 아플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자랑은 한다. '할머니가 뽀로로 보여줬어. 까까 줬어. 엄마 몰래 먹었어' 그러면 나는 이야기한다. '그래? 잘했어~ 할머니랑 먹는 건 괜찮아~ ㅎㅎ' 그냥 그렇게 가볍게 넘긴다. 다른 상황에서조차 그걸 하지 못하게 통제하지는 않는다. 글쎄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아이가 더 생각이 자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이 방법이 먹힌다.
2. 견딘다.
아마도 이미 영상을 보여주었다면, 떼를 쓰는 아이를 마주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땐 첫 번째로 이 방법을 써야 한다. 무조건 견딘다. 우선 이것은 사람이 없는 집이나 차 안에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이의 떼와 울음을 그냥 견디는 것이다. 악을 쓰다 토를 할 때도 있지만, 그냥 견딘다. 그러다 보면 자기 혼자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고, 잠에 들기도 하고, 결국은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하게 된다.
3. 놀아준다.
아이들이 영상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심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와 놀아준다면 아이들은 영상이라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사실, 매번 매일 온종일 그렇게 놓아주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필자가 활용하는 방법은 목욕물 놀이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물놀이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둘이서 목욕통에 들어가 한참을 재미있게 잘 놀기도 한다. 형제가 있으면 이런 점은 좋은 것 같다. 둘이서 싸우기도 하지만, 이렇게 놀기도 하니까. 어찌 되었건 아이 연령대에 맞는 놀이를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개월수 별로 어떤 놀이를 해주면 좋은지에 관련한 책도 있고, 유튜브만 찾아봐도 많이 나오니 그런 방법을 활용해 놀아줘도 좋을 것 같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3세 이상 ~ 만 9세 이하 어린이의 보호자 2,675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2%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영유아의 영상 시청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다양한 매체에서 이미 수없이 다루었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부정적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영상을 보는 동안 쉴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도 빨리 자라는데, 한 순간이라도 더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아이를 부모인 내가 아닌 영상이 키우게 될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부모의 가치관이 항상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영상이 전달하는 가치관이 항상 부정적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아이는 결국 부모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라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그 속에서 인간관계의 진정한 의미가 싹트는 것이 아닐까?
육아에 정답은 없지만, 최선은 있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오늘도 아이들이 자면 맥주 한 잔은 해야겠다.
그러면 여러분 모두 오늘의 육아에서 살아남으시기를 바라며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