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일들이 연일 겹칠 때

by 이다솜

"어머니. 준이가 넘어져서 혀를 깨물었어요."


오후 3시 40분.

하원이 얼마 안 남은 시간,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예? 많이 다쳤나요?"

"아뇨. 피가 많이 나기는 했는데 병원 갈 정도인 지는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혼자 막 뛰어가다가 그랬어요. 혼자요."


내 심보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죄송하다는 말보다는 '혼자 뛰어가다가 그랬어요. 혼자요.'라는 말이 껄끄럽게 걸려 왔다.


"아... 네... 저희가 갈게요."


그래도 우선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니까. 우리는 급하게 어린이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마주한 아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혀는 약 바르면 금방 낫더라고요. 어디에서 치료를 해주는지는 저희도 잘... 소아과 가면 되지 않을까요?"


어린이집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는지 대처가 미흡했다.


"어떻게 다쳤는지 cctv 볼 수 있을까요?"


우리의 말에 원장님은 매우 당혹스러워하시며, 절차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원장님은 울먹이며 서로의 믿음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사고가 났을 때 이러한 요청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 한 번 준이가 어린이 집에서 이마를 크게 다쳐 꿰매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보여주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준이가 병원 가야 하는 시간이 1시간이나 늦어졌다. 이때 그런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아이와 병원을 먼저 갔어야 하는데 하고 너무 큰 후회가 들었다.


우선 아이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해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119에 전화를 걸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가까운 응급실에 가라고 하셔서 응급실을 찾아갔다.


우리가 사는 곳은 '시골'에 가깝다. 가까운 00 의료원으로 갔는데 혀 뒤가 찢어져서 꿰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셔서 1시간 반을 달려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첫 번째 대학병원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할 수 없다고 하셨고, 두 번째 대학병원에서는 아이가 천식 진단을 받은 상태라 진정치료가 불가하다고 하셨다.


내일 아침에 '소아치과'로 가서 웃음가스로 치료받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그냥 나와야 했다. 그렇게 아이는 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소아치과'로 향했다. 이미 혀가 많이 붙은 상태라서 꿰매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며 항생제만 주셨다. 혀는 근육이라 금방 붙기도 하고, 아이라서 더 빨리 회복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감염 여부에 대해 물으니 감염은 없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아이가 열이 났다. 응급실에 전화해 보니 우선 지금은 방법이 없고 해열제 먼저 먹이고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다음날, 소아치과에 예약을 하려 전화를 해보니 열이 났으면 소아과를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이가 아침 먹은 것을 게워내며 토하기 시작했다. 놀라서 소아과로 먼저 향했다. 소아과에서는 B형 독감을 의심했으나, 지금은 열 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녁에 계속 열나면 그때 다시 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번에는 다른 소아과를 찾아갔는데 항생제로 인한 장염 같으나 정확한 진단은 또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소견서를 써주셨다. 그렇게 또 1시간 10분을 달려 먼 곳에 있는 소아과를 찾아갔다. 역시 장염으로 진단을 내린 후 약을 받아 왔다.


이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시골에 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먼저 입 안을 다쳤을 때 '소아치과'를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저렇게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겪지 않고 빠르게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병원 많은 도심에 살았다면 아이가 다쳤을 때 몇 시간을 끌지 않고도 금방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분들은 아이의 '입 안'이 다쳤을 땐 '치아'와 관련이 없더라도 바로 '소아치과'로 찾아가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안 좋은 일들이 연일 겹칠 땐, 애써 좋은 일들로 눈을 돌려 본다.


그럼 생각보다 세상 일은 균형이 있다.


아이가 내내 아파서 걱정이었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나에게 아이라는 가지가 있어서

바람을 함께 탈 수 있어서 좋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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