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데
젊은 날엔 술을 참 좋아했다.
술이 나를 잡아먹는 일도 많아서
잔디밭에서도 자고,
빗물 고인 웅덩이에도 눕고,
그런 일이 있었더랬다.
그래도 그 버릇을 못 끊고
결혼을 약속한 사람 앞에서
회식 후에
네 발로 기어나와
토악질을 하고
온 집안 살림에 그 토를 묻혔었지
아무것도 모른 채 다음날 눈을 떠보니
남편될 사람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묵직해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나와 결혼을 감행했다.
나의 토사물을 치우며
어쩌면
이미 결혼하기로 한 걸 어째...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결혼생활이란
아름다운 그 이름과 다르게
서로의 토사물을 치워주는 일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