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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들불 Jan 10. 2021

월요일, 현재

월요일. 

월요일은 우울하다. 일요일 오후쯤부터 문득문득 내일이 월요일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가 일요일 저녁이 되면 사형 전날과 같은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사형 전날의 감정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꿈에서 사형 집행 하루 전 입장이 된 적은 몇 번 있었다. 아마도 무의식에서의 죄책감 때문이었겠지만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꿈에서 느꼈던, 다음날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감정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작 월요일이 되면 갑자기 이 모든 상황이 해소된다. 사형집행은 없다. 번지 점프 직전 강박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가장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 모든 불안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번지 점프를 해 본 적은 없다. 내겐 극혐이다. 수많은 예능 프로에서 본 사람들의 행동을 아는 것뿐이다.) 그러니 월요일은 가장 우울하면서도 또한 그 우울감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날이기도 하다. 


현재.

월요일을 생각하면 '현재'가 떠오른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순간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재'라는 시간이. '현재'는 끝없는 면적을 가지는 두 개의 시간,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경계다. 한마디로 과거와 미래 사이에 면적이 없는 하나의 경계선인 것이다. 현재가, 지금이 중요하다는 수많은 명언들이 경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말 자체가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 때문이다. 과거나 미래가 없이 이 경계선은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해석이 맞는 것일까? 현재라는 이 경계선을 붙잡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월요일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경계인 현재와 닮았다. 불편하고 두렵고 불안하지만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해소되고 극복되는 시간이라는 것 또한 알기 때문이다. 동트기 전 가장 짙은 어둠과도 같다. 어둠 속 불안과 기대감... 가장 깊은 심연이자 또한 그것을 극복하는 시간, 월요일. 그리고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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