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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Oct 20. 2023

점점 선명해지는 마음

낡아버린 꿈 이야기

대학시절 상담을 전공했다. 운 좋게 교직이수를 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어렸을 땐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는데 유치원 교사가 된 동네 언니가 교구제작을 위해 밤새 콩알에 눈을 붙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꿈을 접었다. 흘러가다 보니 선택한 건 기간제 상담 교사였고 나름 만족스러웠다. 적당한 월급에 안락한 근무환경, 만나는 동료들과 학생들도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표현 못 할 불안감과 불만족스러움이 엄습했지만 나는 그것을 '기간제'이기 때문에 겪는 불안이라 규정했다. 이 감정을 탈피하기 위해 임용 준비를 하기로 한 후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문득문득 내가 진짜 바라는 게 정규 교사의 안정감을 바라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공부하기 싫은 핑계인지, 꿈 많은 소녀의 푸념인지 자주 공상에 빠져 떠올렸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무엇을 할 때 즐겁지?’


실은 피하고 있던 질문이었다. 꿈보다는 현실이, 도전보다는 편안함이 익숙한 인생을 살며 잠겨버린 낡은 꿈이 퐁당 떠올랐다.  


사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학창 시절, 일기를 쓰면 칭찬을 받았고 동시를 비롯해 엉뚱한 소설로 노트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글짓기 상도 여러 번 받으며 어렴풋이 글을 쓰는 행복을 그렸였다. 쓰는 걸 좋아했지만 업으로 삼을 만큼의 재능이라 여기진 않았기에 마음속에 '쓰고 싶다'는 꿈의 흔적만이 남은 채 세월이 흘렀다.   


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선명해진다. 수많은 글이 하루에도 몇만 개씩 쏟아지는 세상에서 나의 글이 과연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을까?호기롭게 시작한 마음이 제 풀에 꺾일까 겁나지만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으니까. 글로 마음을 전하며 서로의 닮은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무수한 이들을 그려본다.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내 꿈처럼, 모두가 심해에서 벗어나 나와 함께 숨 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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