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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Jul 26. 2024

취향이 없는 삶

그게 나라서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없는 편이다. 꼭 이게 아니면 안 된다거나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마음이 없다. 이게 좋다가도 저게 또 좋기도 하다. 이 점이 늘 고민거리였다.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물건, 간절히 가고 싶은 도시, 꼭 먹고 싶은 음식. '반드시, 간절히, 꼭' 이런 부사들은 나를 꾸미지 않고 주변을 맴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취향이랄 게 없는 사람. 하고 싶은 게 실시간으로 생겼다가 바뀌는 사람. 쉽게 매료되고 빨리 사그라드는 사람. 그게 나라서.


늘 취향이 짙은 사람이고 싶었다. 취향이 뚜렷한 사람은 매력적이고 행복해 보였다.


부사를 통해 문장이 화려해지듯 그들의 삶도 빛나 보였다.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는 건 종종 지루함을 안겨준다. 하지만 부사가 있어도 없어도 문장이 완성되듯 나의 삶이라는 문장은 밋밋하지만 담담히 쓰여지고 있다.


꼭 가야만 하는 곳이 없다는 건 바꿔 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이고,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 없다는 건 무엇이든 먹어도 좋다는 것이다.


아직 좋아지지 않았을 뿐 좋아질 것투성이인 세상의 많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싶다. 취향이 없는 게 나의 취향이다.


밋밋하고 담담하게, 그게 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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