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기도_이지우

힘든 날 아빠는

by 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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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 #133




숟가락 기도

이지우



힘든 날 아빠는


할아버지 숟가락으로 밥을 잡수시고


천천히 잘 닦아 찬장에 올려놓는다




https://pf.kakao.com/_xjbBrxj/109725605


먹먹해서 한참이나

아빠의 힘든 날을 생각하다가

밥을 드시는 마음을 기웃대다가

천천히 잘 닦는 기도의 순간에 오래오래 머물렀다.


그러다가 나에게도 아빠가 있었지,

지금은 밥상을 마주하지 못하지만

나를 키워낸 아빠의 시간들이 오롯하게 떠올랐다.


아빠의 밥그릇은 밥상에 가장 먼저 올랐고

부재 시에는 아랫목 이불 밑에 넣어두었다.

놀다가 밟아서 엄마한테 혼나던 기억도 난다.

숟가락도 따로 있었는데 어린 시절엔 그 숟가락이 조금 무거웠던 것도 같다.


이 시를 읽고 난 아버지 숟가락이 없는데 어쩌나 조금 허둥대다가 수많은 숟가락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났다. 조금 섬세한 성격의 나의 아버지는 나의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잘랐고 교복을 다려주었다. 그리고 새 학기엔 달력으로 책 표지를 싸주시고 연필도 야무지게 깎아주셨다. 주말마다 토요명화를 같이 봤고 게임을 하면서 구구단을 외우게 도와주셨다. 사전이 없었을 시절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신 아버지는 이제 마음 안에 더 가까이 계신다.


이 시를 읽는 여러분의 아버지 숟가락은 뭘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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