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의자에 나를 가만 앉혀본다
건축 폐자재와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는 공터를 지나갈 때 오랫동안 바라보던 의자다. 발길을 뗄 수가 없어서 오래오래 바라보다 사진으로 남겨 힘이 드는 날 꺼내보곤 한다.
비를 맞아 나무가 들뜨고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의자가 너무나 의연하게 서 있었다. 바람이 불었을 텐데도 넘어지지 않고 볼품없는 모습이 됐는데도 당당한 모습에 뭉클했다. 쓰레기 더미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품위를 잃지 않고 서 있다. 언제까지라도 이 모습을 유지할 것만 같다.
재활용장에 버려진 살림들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다. 실밥이 터져서 헌 옷 수거함 위에 앉아있는 인형, 한쪽 귀퉁이가 깨진 화분, 프라이를 부쳤을 프라이팬,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가구들, 특히 사람들의 매일 앉았을 의자에 시선이 많이 간다. 사람의 무게를 견디고 헌신했을 의자가 별안간 밖에 나와 있으면 어리둥절 하지나 않을까 마음이 간다.
멀쩡한 물건들은 또 어떨까 싶다. 내 능력과 성실과 헌신을 몰라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쓸만한 게 있나 살펴보기도 한다. 얼마 전 작은 콘솔을 하나 주워와서 화분을 올려놓았다. 원래 우리 집에 있던 것처럼 맞춤하니 딱 어울렸다. 화분을 받치는 소임을 받았으니 우리 집에서 오래오래 살길 바란다.
낡은 의자에 나를 가만 앉혀 본다. 힘이 센 의자에 앉아서 그런지 허리가 곧게 펴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드는 시간이 올 때마다 버려진 의자에 가만히 앉아봐야겠다.
우아한 팔걸이에
높은 등받이가 있는
자줏빛 벨벳의자
"그대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나와 보았노라!"
갑자기 왕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다리 새 개에 힘을 잔뜩 주고
왕의 의자가 전봇대 옆에 서 있다
『 1센티미터 숲 』문학동네,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