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눈사람

by 변은경





파를 썰다가 눈사람을 만났다.

초록 옷을 입고 파 안에 숨어 있다가 ‘짠’하고 나타났다

첫눈처럼 반가워서 사진으로 남겼다


갈 거면서 꼭 와서는

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고는

미련 없이 떠나는 눈사람


눈사람은 머물지 않고 떠나니까 더 매력적이다

믿음을 주고 떠나니까 불안하지도 초조하지도 않는 기다림이다

눈사람은 겨울에만 오니까

춥지만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손톱 만한 눈사람을 만나고도

이리 반갑고 좋은 것을

올겨울에 오실 눈사람을

벌써부터 기다리게 하는 아침이다.





웃음도 굴려서 만들어 놓고는


나뭇가지로 웃는 입

만들어 놓고


사진 몇 번 찍고는

춥다고 떠나 버렸다


깜깜한 밤을

처음 본 눈사람은

혼자 웃음을 까먹다가

웃는 입으로 팔 벌리고 서 있다가


다음 날 해님에게 폭 안기더니

따라가 버렸다

변은경 <동시마중, 2021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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