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내며 (스포 주의)

부부 교환일기 by 김쥬둥

by 다슈니와 호돌이

#26년 1월 14일

수요일



한 달여에 걸친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가 마무리되었네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즌이었습니다. TV에 요리사가 나올 때마다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김쥬둥이가 요리사 되고 싶다고 할 때 밀어줄걸 그랬다며. 왜냐하면 제가 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할 시기에 조리학과가 개설된 학교가 있었거든요.

해당 고등학교에서 1기 입학생을 모집한다며 홍보물을 인근 중학교에 배포했었습니다. 저는 그 유인물을 들고 이곳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었답니다. 그때 들었던 말은 썩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요리사에 대한 부모님 세대의 인식이 썩 좋지는 않았고(고되고 힘든데 박봉인 직종), 결국 조리학과 진학은 좌절되었지요. 물론 제 의지가 굳세었다면 아무도 말리지 못했을 겁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저 중학생 특유의 가벼운 마음으로, 요리나 배워볼까? 정도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단한 요리랄 것도 없지만, 뭔가 만들어서 주었을 때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어줄 때의 기쁨이 있었거든요.

살면서 대체로 뭘 하겠다고 고집 피운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머니께서는 제가 하고 싶다고 했던 몇 없는 요구를 막았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으신 모양입니다. 만나 뵈면 모든 건 제 선택이었노라 다시 한번 말씀드려야겠어요.

다시 흑백요리사 이야기로 돌아오면 제작진의 노력과 넷플릭스, 스폰서 기업들의 아낌없는 투자. 그리고 출연진 개개인이 모두 빛난 최고의 시즌으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시즌의 아쉬웠던 룰을 개선하고 보완한 제작진. 서바이벌 특유의 긴장감은 유지하면서도 패배자를 잔혹하게 다루지 않고 존중하는 모습. 출연자분들 또한 멋지게 한바탕 놀다 떠나는, 프라이드 넘치는 태도를 보며 모처럼 뒷맛이 좋은 이야기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했을 최고의 아웃풋, 아재맹수, 국민아빠, 묘하게 꼰대 같지만 유쾌하고 용돈 잘 주시는 술좋하는 아빠친구, 테토남 임짱TV 임성근 님. 게다가 묵묵히 후배들을 서포트해 주시며 단단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신 대가의 품격 후덕죽 님. 평범한 말을 해도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 말에 무게와 깊이를 더해줘서 가슴을 울리는 선재스님. 출산 후에 참가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윤주모 님. 멋진 케미로 웃음을 주신 정호영 님, 샘킴 님. 스승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천상현 님. 역시나 뭘 해도 멋져서 인기를 쓸어 담을 것 같은 손종원 님.

일일이 나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울린 모든 참가자분들. 그리고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한 요리괴물, 요괴(?) 이하성 님과 연쇄살인마(?) 최강록 님. 시즌 내내 과한 자신감과 때론 무례하게까지 느껴지는 센 멘트만 편집되어 나와 마음고생을 하셨을 이하성 님. 그는 최종화에서 아버지와 목욕 후에 먹던 순댓국을 이야기하는 순박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심사위원과 앉은 테이블에서는 공손하고 겸손한 태도로 긴장하며 음식을 겨우 넘기는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조림을 내려놓고 사실 자신은 조림을 잘하지 못한다며 폭탄발언을 내던진 최강록 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서 그런 ‘척’을 하며 살아왔다는 솔직한 말로 우리 모두의 눈물샘을 자극한 조림핑. 그는 자신을 위한 요리에서마저 조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고백하죠. 사실 자신은 우동국물을 참 좋아한다며, 업장을 운영하고 남은 것 같은 재료들로 꾸며낸 그날의 마지막 한 끼. 빨리 잠들기 위한 노동주인 빨간 뚜껑 소주까지. 내왔습니다.

나를 위한 요리에는 90초도 써본 적이 없다는 말에 저희는 어쩐지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1화에서 이 세트장은 모두 허상이다,라는 말로 재도전을 시작한 최강록 님이, 최종화에서 이제 허상을 깨고 나가겠다는 마무리로 우승을 거머쥐는 것을 보며 참으로 좋았습니다. 정말 존재 자체가 만화에서 튀어나온 주인공 같은 분이랄까요. 비록 마지막화의 심사평은 없었지만, 맛있게 그릇을 비우고 두 참가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장면이 곧 심사평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아쉬울지 모르지만,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좋은 결말이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묵묵히 일을 하는 수많은 요리사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최강록 님의 멘트와 함께 출연자들을 비추는 엔딩은 근래에 본 프로그램 중 어떤 것보다도 좋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해요. 1화부터 13화까지 같이 재밌게 봐서 좋았어요, 다슈니님!


임짱TV와 최강록 님께 푹 빠져버린 김쥬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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