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다슈니
#26년 1월 15일
목요일
저는 본래 긴 호흡의 영상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귀로 스며드는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처럼, 굳이 화면을 붙잡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를 선호하지요. 그런 제가 흑백요리사 시즌 1조차 건너뛰었던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휩쓸리듯 보게 된 시즌 2의 첫 화가 제 견고한 취향의 벽을 조용히 무너뜨렸습니다. 매주 김쥬둥이와 나란히 앉아 다음 화를 기다리고, 급기야 시즌 1까지 역주행하게 되었으니 이 프로그램이 가진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이번 시즌을 보며 제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인물은 요리괴물, 이하성 셰프님이었습니다. 직설적인 말투와 강한 태도를 마주할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고개를 들었고, 곁에 있던 김쥬둥이에게 괜히 투덜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숏폼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대충 알고 좋아하고, 다 알고 싫어하자."
이 문장은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는 무언가 마음에 들면 이유를 따지지 않고 쉽게 빠져드는 반면, 작은 걸림돌 하나만 보여도 마음의 문을 서둘러 닫아버리는 사람이더군요. 때로는 김쥬둥이가 던진 이야기조차, 제가 이미 마음을 닫아버린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던 순간들도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하성 셰프님을 그렇게 밀어냈던 건, 어쩌면 그의 모습 속에서 제 안의 미숙하고 날 선 단면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유월 작가님의 『마침내, 안녕』 속 문장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매사에 왜 이렇게 진지해요? (…) 정해져 있다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에요. 모든 건 다 개인의 선택이니까. (…) 그러니까 연희 쌤 그렇게 노려보지 마요. 내 등이 다 따가워." (88–89p)
이 문장은 누군가를 쉽게 판단했던 제 자신에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여전히 실수가 잦은 평범한 사람인데, 왜 타인에게만큼은 그렇게 단정적인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제 삶의 태도를 이 문장으로 정해보려 합니다.
대충 알고 좋아하고, 다 알고 싫어하자.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어질 때는 그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까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들여다본 뒤에야 마음을 정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아마 끝까지 다 알게 된다면, 결국 쉽게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저도 13화까지 이어진 이 여정을 쥬둥이와 함께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김쥬둥이가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활동은 (ex: 흑백요리사 시즌 1 같이 보기) 거절하지 않을게요!
미운 마음보다 넓은 마음을 배우고 싶은 다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