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겁 없는 녀석이었어

by 다슈니

by 다슈니와 호돌이


일곱 살, 저는 버스를 탔습니다. 어른도 없이 대여섯 명의 아이들끼리 여의도 쌍둥이빌딩을 향해서요.


초등학교 시절, 저는 여러 번 전학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누구나 이사하고 전학을 다니는 줄 알았답니다. 학교마다 풍경은 조금씩 달랐어요. 어떤 학교에는 수영장이 있어 수영 수업을 받았고, 또 어떤 학교는 레크리에이션 특성화 학교라 수많은 동요를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그때는 그저 남들도 다 겪는 일쯤으로 여겼지요. 다행히 중학교 입학 이후로는 전학을 가지 않게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한 곳에 오래 머문다는 감각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일곱 살 무렵, 마포구에 살던 시절의 일이 떠오릅니다. 왜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동네 언니가 혼자 버스를 타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말을 모험담처럼 받아들였고, 설렘 반 두려움 반을 안고 조그만 발걸음을 버스에 올렸지요.

그날 기사님께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일곱 살이고요, 제 동생은 다섯 살이에요. 저희는 유치원생이라 버스비 안 내도 돼요." 기사님께서 걱정 어린 말씀을 건네셨던 것 같은데, 이제는 흐릿한 잔상으로만 남아 있네요.

우여곡절 끝에 쌍둥이빌딩에 도착해 기념품으로 저금통을 하나씩 받아왔습니다. 꽤 멀리까지 모험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엄마에게 신이 나서 떠들었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꾸중과 함께 눈물콧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났습니다. 그때는 서럽고 억울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철렁했을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런 경험들이 층층이 쌓여, 낯선 곳에 발을 들이는 일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환경, 처음 만나는 사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 앞에서 겁보다 호기심이 먼저 앞섰던 시절이 분명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는 탓일까요. 요즘의 저는 예전처럼 쉽게 뛰어들지 못합니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몸을 던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먼저 따져보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몇 번이고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신중해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두려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의 일기를 읽으며 과거의 제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낯선 도전 앞에서 한 발을 떼기까지 오래 망설이는 찬찬히 살펴보는 당신과, 한때는 아무렇지 않게 뛰어들던 나. 참 다른 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어요.

우리는 서로에게서 조금씩 배워왔겠지요. 당신은 불안 앞에서도 용기를 내는 법을, 나는 서두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법을. 그렇게 서로의 성향이 섞이며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십 년 뒤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호돌이가 너무 빨라져서 내가 놀라게 되는 날이 올까요. 그때쯤이면 당신은 조금 더 가벼워지고, 나는 조금 더 신중해져 있을까요.

어쩌면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빠르든 느리든, 용감하든 신중하든, 우리는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테니까요.


아직은 여전히 세상이 궁금한, 모험가 다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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