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뚜벅이

by 호돌이

by 다슈니와 호돌이


버스 환승 사건!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저는 분명 교통카드를 태그 했는데 찍는 척만 했다고 기사분께서 언성을 높이셨었죠. 처음에는 나름 차분하게 태그 했음을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아무튼 찍으라고 소리 지르는 기사님께 재차 설명했습니다. 또 찍으면 하차하는 게 되고 홍대입구역 또는 합정역에서 지하철 환승을 못하게 된다고요. 그럼에도 기사님은 막무가내였습니다.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았죠. 저는 찍을 수는 있는데 만약 찍었는데 탑승할 때 찍었던 게 맞았고, 결국 하차한 게 되면 어떻게 보상해 주실 거냐 물었습니다. 그런 건 모르겠고 넌 찍는 척만 했고 빨리 찍어라, 이게 그분의 스탠스였습니다. 결국 명지대 앞에서 모래내 시장까지 대략 2~3 정거장 넘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교통카드를 태그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하차합니다,라는 안내음성이 나왔고요. 저는 기사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으나 그 뒤로는 저를 없는 사람 취급하더군요. 무임승차 취급을 하며 소리쳤던 것에 대한 사과도, 환승을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보상도 없었죠. 금액으로만 따지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음에도 그 태도 때문에 크게 화가 났던 걸로 기억해요. ‘미안하다, 안 찍은 줄 알았다’라고만 하셨어도, ‘그럴 수 있죠’라고 지나갔을 텐데.

잔뜩 화가 나서 자리에 앉아 분노를 곱씹는데 다슈니가 중간에 내려서 걷자고 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기억이네요. 기쁨이가 지키려던 하키 우승 기억. 슬픔이가 만지자 오염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기억은 하키 게임을 지고 슬퍼하는 딸을 위해 부모님께서 직접 만들어준 트로피였습니다.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 같은 감정이기도 하고 사실은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이기도 하겠죠. 그 기억을 어떻게 만들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고요. 마찬가지로 그저 분노로 가득 찼을 뿐인 하루를 애써 노력하여 즐거운 기억으로 만들어준 다슈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슬픔이 필요하듯 분노도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기쁨이와 행복이가 우리 곁에 자주 함께하길 바랍니다.

거창하고 저 멀리 손에 닿지 않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동시에 무엇이든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다슈니는 언제 행복할까. 단 한 번뿐인 삶이라는 인생의 여정 속에서 무엇을 위해 어디로 걸어 나가야 할까요.

언제나 정답은 없고 고개를 들어도 앞날은 캄캄하게만 보입니다. 제자리에 서서 애타게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말고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때에도. 이 시간조차 무의미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켜켜이 쌓여 어디로든 묵묵히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거예요.

다슈니가 어릴 적에 친구들과 찹쌀떡을 팔 때처럼, 호돌이가 전역 후에 친구와 티셔츠를 떼다가 길거리에서 팔았던 때처럼. 우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예요. 무한한 자유와 선택지가 오히려 발을 묶고 있지만. 공포에 휩싸여 자포자기한 채로 아무렇게나 뛰쳐나가는 게 유일한 답만은 아닐 겁니다.

이 교환일기가 우리 서로에게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길 바라며. 망망대해 위에 떠다니는 우리의 뗏목이 다음번에 가 닿을 섬에, 또는 섬에 닿지 못하더라도. 때때로 내리는 비와 태풍, 그리고 한 번씩 찾아오는 무지개, 우연히 잡은 물고기와 저 멀리 표류하는 다른 뗏목과의 조우가 있겠지요. 그러니 오늘도 무사히 항해를 마친 나와 당신께, 안도의 미소를 남깁니다.


낚시 천재를 꿈꾸는 호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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