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임팩트와 보유 데이터에 특화된 데이터 기반 피플 애널리틱스 전략
최근 국내에서 열린 2024 피플 애널리틱스 컨퍼런스(People Analytics Conference)에 7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 이하 PA)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HR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PA 전문가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들도 늘어나고 있고, 기업들도 내부 PA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의사결정자들의 PA에 대한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단순히 새로운 HR 트렌드 중 하나로 여겨졌던 PA가, 이제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인재 관리를 고도화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에는 "다른 회사에서 이런 분석을 했으니 우리도 해보자"는 식의 단순한 벤치마킹에 그쳤다면, 이제는 "우리 조직의 문제 해결을 위해 PA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보다 본질적인 고민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PA 사례들을 접하면서, 경영진과 HR 실무자들은 이러한 분석이 자사의 조직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어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종류와 품질이 다르고, 같은 데이터라 하더라도 기업별 맥락과 상황이 달라 동일한 분석 방법으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PA 전담 인력은 소수에 불과하며, 여전히 "PA가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 맞는 PA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PA를 도입하는 기업들의 대표적인 사례를 찾아보면 '직원 유지(Employee Retention)' 혹은 ‘퇴사자 예측’의 주제가 빈번하게 보인다. 그 이유는 단순한 이직률 관리를 넘어, 비지니스 임팩트, 즉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명의 직원이 퇴사할 때마다 기업은 채용부터 교육까지 투자한 모든 비용을 잃게 되며, 특히 핵심인재의 경우 미래 가치까지 고려하면 그 손실은 더욱 커진다. 통계에 따르면, 직원 1인 채용에 평균 32일, 1,272만원의 비용이 들고, 대졸 신입사원 1인당 교육비용은 평균 5,900만원, 교육훈련기간은 평균 18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직원들의 평가 데이터나 채용 정보를 넘어, 업무 행동 데이터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퇴사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 왔다. IBM은 ‘직업 재능+HR 서밋(Work Talent + HR Summit)’ 에서 “자사 인공지능(AI) 기술로 퇴사할 직원을 95%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 이탈 예측 프로그램(Predictive Attrition Program)‘으로 불리는 이 알고리즘은 지금까지 약 3억 달러(약 3400억 원)의 IBM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데이터 분석가들이 이 주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HR 분석주제에 비해 '퇴사' 또는 '잔류'라는 명확한 결과값이 있어 모델의 정확도 측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PA의 해당 주제가 모든 조직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해당 주제가 모든 조직에 동일한 비지니스 임팩트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평균 이직율이 10%가 넘는 민간기업 대비 평균이직율이 5~6%인 공공기관의 경우 과연 퇴직자 예측 분석이 최적의 PA 전략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공공기관 PA 담당자라면 이러한 환경에서 퇴사자 분석이나 예측 모델 개발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가장 원초적인 목적이므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명성과 공정성, DEI 부분이 직원 몰입도와 조직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실증적 결과들이 보이면서, PA(Project Analytics)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존재 목적이 “경영합리화와 투명성을 제고하여 대국민 서비스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으며, 실제 기관 평가에서도 효율성과 공정성(투명성)이 핵심 성과지표로 다뤄지고 있다. 이는 PA 프로젝트에서 효율성과 공정성에 대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PA 프로젝트들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효율성과 공정성 매트릭스 상에 다르게 위치한다. HR DashBoard, 퇴사예측모델, HR Chatbot, AI Interview 등은 프로세스 자동화와 의사결정 시간 단축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반면, 인재추천시스템, 면접관 분석, 채용적합도 분석 등은 공정성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이다. 따라서 PA 프로젝트의 방향성은 기업의 비전과 의사결정자의 니즈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야 한다.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에 따른 PA 프로젝트가 확정됐다면, 다음은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어떤 스킬이 필요한지 구성하고, 관련된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HR Analytics 실무를 담당했던 필자의 경우, 공공기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데이터의 특징에서 나타났다. 이직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기관의 특성상 공공기관 임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5년, 민간기업의 3.8배 라고 한다. 이는 공공기관 데이터가 직원 생애주기(life-cycle)를 장기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종단연구(longitudinal)와 횡단연구(cross-sectional)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직무를 순환하는 패턴이라던지, 직원들의 근무지 이동 패턴 등을 관찰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찰된 데이터를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인재추천시스템, 면접관 분석, 직무적합성 모델과 같은 고유한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조직 내에서 HR Analytics를 처음 시작하거나 별도의 팀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작고 임팩트 있는 데이터 기반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특히, 의사결정자나 팀장이 단기적으로 관심을 갖거나 해결하고 싶은 주제의 프로젝트는 빠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출발점이다. 처음부터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정제에 집중하게 되면, 소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임팩트에 대해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가시성 있는 결과와 의사결정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시작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프로젝트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PA가 조직 내에서 단순한 일회성 분석 도구로 머물지 않으려면, 단순한 분석 툴이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성과를 증진시키는 전략적 HR 파트너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PA 프로젝트는
1.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2.데이터 중심의 설득과 신뢰 구축을 통해 조직 내 문화를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출처]
1. 사람인 : https://www.saramin.co.kr/zf_user/help/live/view?idx=108748&listType=news
2. 한국경영자총협회: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memberNo=24090434&volumeNo=6470527
3. 이주경, and 한동숙. "공공기관 이직과 근속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근로자 처우 및 근무환경을 중심으로." 정책개발연구 24.1 (2024): 179-208.
4.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이직율 비교: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3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