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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와 HR

AI가 HR에서 이렇게도 쓰인다고?

실제 비지니스 사례로 알아보는 AI의 HR 전략적 비지니스 파트너 역할


"AI와 협업하지 않는 조직은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최근 아마존의 CEO 앤디 제시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AI가 조직 전략과 인력 구조에 끼치는 실제 영향에 대해 언급했고,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AI를 '협업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내부 프로세스에 AI를 적극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처럼 AI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도구 (Tool)’ 를 넘어 조직 내 의사결정을 돕는 ‘전략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조직 내 AI 관점 전환이 HR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① 실시간 인사이트, ② 코칭, ③ 편견 축소라는 세 가지 축으로 살펴본다. 에버가스(Evergas), 월마트(Walmart), 로슈(Roche)·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AI가 어떻게 데이터 기반으로 HR 지표들을 개선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① [에버가스] 실시간 직원 경험을 데이터로 읽다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 자체가 생산성·재무 성과와 직접 연결된다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EX 관리에 AI를 투입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기업이 덴마크 해운기업 에버가스(Evergas)다. 에버가스는 석유화학 가스와 천연가스 액체 운송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로, 전 세계 선박과 육상 조직에 걸쳐 5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두고 있다. 숙련 선원의 확보·유지는 수익성과 직결되지만, 해운업 특성상 대체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에버가스 CEO 야콥센은 “노동력은 극히 소중한 자원이며, 조직에 ‘적합한 직원(Right Employees)’을 붙잡아 두는 것이 곧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고 강조한다. 문제는 전통적 HR 데이터 수집과 보고 방식이 현장 변동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에버가스도 마찬가지로 1~2년에 한 번 시행하는 전사 설문과, 각 선박별로 전달되는 15페이지짜리 엑셀로 제작된 보고서에 의존해 왔다. 야콥센은 “배 한 척마다 15페이지짜리 시트를 받아보는 방식으로는 중요한 신호를 제때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P241486A.jpg 덴마크 해운기업 에버가스

에버가스가 새롭게 도입한 AI 기반 설문 모듈은 직원이 첫 질문에 답하는 즉시 응답 패턴을 분석해 후속 질문을 맞춤 생성한다. 단일 설문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면서도 ‘설문 피로’를 최소화했다. 설문 응답, 업무 생산성 지표, 커뮤니케이션 빈도 등 1,700여 개 연구 기반 EX 영역을 동시에 스캔해 위험 요인을 조기에 경보하는 별도의 모델을 적용하기도 했다. 경영진은 모든 데이터를 방사형 히트맵으로 확인해 “한눈에 문제를 위치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야콥센의 평가다.

그 결과 에버가스의 HR은 더 이상 사후 대응 부서가 아니라, 실시간 예측과 시각화를 결합해 전략적 가치를 창출하는 부서로 전환했다. 대시보드는 ‘이직 위험 신호가 잦은 항로’, ‘소속감·에너지 지수가 급락한 선박’ 같은 구체적 알림을 실시간으로 띄운다. 경영진과 HR부서, 선장은 동일한 화면에서 근본 원인을 추적하고 즉각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 “팀 다이내믹스·에너지·소속감까지 실시간으로 읽으니, 선박 간 투명성이 높아졌고 현장 대응 속도가 빨라졌다”는 내부 보고가 뒤따랐다. 또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인재 맞춤형 유지(retention) 패키지를 실행해 1등급 항해사 이탈률을 낮췄다.


② [월마트] AI 면접 코치로 승진과 배치 의사결정을 돕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가 최근 도입한 AI 면접 코치는 AI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이 승진과 평가에 활용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로레인 스톰스키 최고인재책임자는 “내부 인재를 위한 AI 면접 코치가 직원들에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실제 면접과 똑같이 최대 10개의 질문을 던지고 각 답변을 1~10점으로 즉시 채점해 구조·명확성·자신감을 교정해 준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비공개 환경에서 반복 연습이 가능해, 현장 직원이라 해도 ‘면접이라는 형식’ 때문에 기회를 놓치는 일이 줄어든다.

월마트가 이런 가상 롤플레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승진과 인재 배치 분야에서 AI가 발휘할 잠재력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장·공급망 관리자 가운데 75 %가 시급제 직원에서 내부 승진한 인재지만, 기존 절차는 여전히 면접에 치중돼 숨은 역량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 이제 AI 코치는 각 직원의 현재 직무·지원 포지션·개인 강·약점을 분석해 맞춤형 질문과 피드백을 제시하고, HR은 연습 과정에서 수집된 정량 데이터를 통해 ‘누가 준비됐는지’를 한눈에 파악한다. 데이터 기반 내부 인재 파이프라인이 실시간으로 시각화되면서, 승진 결정은 직감이 아니라 증거에 근거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associate-to-technician-associates-collage.jpg AI 면접코칭 후 재배치 받은 월마트 직원들

AI 면접코치의 전략적 파급효과는 첫째, 인재 가시성(visibility)으로 AI 면접 코치가 축적한 답변·점수·피드백 기록들은 ‘잠재력 레이더’로 전환돼 HR과 현장 리더가 동일한 데이터로 승진·배치 의사결정을 내린다. 둘째, 다양성·포용성 확대로 내향적이거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직원도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해 표현력을 끌어올려 편견 없이 능력을 증명한다. 셋째, 학습 문화 강화로 직원들은 “언제든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다”는 신뢰 덕분에 자발적으로 경력 설계를 시도하고, 조직은 이를 데이터로 지원하면서 ‘스킬 퍼스트’ 문화를 공고히 한다. 월마트는 파일럿 성과가 확정되면 AI 면접 코치를 외부 지원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채용·승진 전 과정을 AI 시뮬레이션으로 통합하면, HR은 수요 예측·스킬 매칭·직무 설계까지 아우르며 전략적인 인적 자원 운용이 가능하게 된다.


③ [로슈 & 마이크로소프트] 편견을 축소하고 포용적 회의를 설계하다

‘사운딩보드(sounding board)’라는 말은 원래 소리를 증폭하거나 고르게 반사하는 물리적 구조물에서 비롯됐다. 집 안 욕실에서 노래를 부르면 목소리가 더 풍성하게 들리거나, 지하 주차장·터널 같은 굴곡진 공간에서 말을 하면 음파가 벽과 천장에 반사돼 멀리까지 또렷하게 퍼지는 현상이 그 친숙한 예다. 이러한 물리적 개념이 경영 분야에 비유적으로 적용되면서 “아이디어나 생각을 먼저 올려 보고 되돌아오는 피드백을 통해 다듬는다”는 의미로 확장됐고, 현재는 동료·멘토로서 피드백을 즉각 제공해 주는 존재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회의 중 AI가 실시간으로 자막 및 요약을 제공하고, 회의 직후 회의록을 작성해 실행 아이템들을 참석자들에게 자동전송되는 것이 어느덧 우리 조직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면,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최근 AI는 조직 내 토론 내용을 질문, 비판하며 숨은 맹점과 편향을 보완해주는 사운딩보드 역할도 한다. 회의 중 제3의 동료처럼 배치된 AI는 토론자들의 발언 횟수·감정 톤·중단 패턴까지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이 데이터로 HR은 발언 편향·방해 행태·감정 온도를 즉시 파악해, 필요한 코칭·규칙 재설정·소규모 워크숍을 빠르게 투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기반의 글로벌 제약 기업 로슈(Roche)는 원격 회의에 ‘Equal Time’ AI를 도입해 참가자별 발언 시간과 맨스플레인, 그리고 기타 방해(interruption) 빈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그 결과를 대시보드로 팀장이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동일 팀 남녀의 발언 비율까지 시계열로 보여 주기 때문에 포용성 지표가 단순 설문을 넘어 연속적인 행동 데이터로 바뀌었다. ‘Equal Time’ AI이용 조직 가운데 96%가 “회의가 더 몰입적이고 포용적으로 변했다”고 답했고, 로슈 일부 팀에서는 특정 직급·성별의 발언 독점 현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내부 피드백이 보고됐다. 이렇게 축적된 회의 데이터는 HR의 전략 대쉬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언 편향이 높은 조직단위에는 리더십 코칭을, 심각한 방해 패턴이 잡히는 팀에는 소규모 워크숍을 즉시 편성해 ‘최소 개입, 빠른 교정’ 을 추구한다. 결과적으로 회의 ROI, 근무 만족도, DEI(다양성·형평·포용성) 목표 달성률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 관리 사이클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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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비슷한 개념을 스피커 코치(Teams Speaker Coach)와 코파일럿 미팅에 녹였다. 스피커 코치는 사용자의 발언 속도·필러 워드·겹치기 발언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개인에게만 보이는 피드백을 제공하고, 회의 직후에는 총 발언 시간과 개선 포인트를 요약 리포트로 보내 준다. 더 확장된 Copilot은 회의 중 “팀이 어디에서 의견이 갈리는가?” 같은 자연어 질의를 받아 토론 지형을 바로 시각화하고, 합의·쟁점·후속 행동 항목까지 제안한다. 참가자는 개인별 프롬프트로 사안을 재점검하며, 조직은 대화 로그를 분석해 협업 패턴·결정 속도를 장기 지표로 삼을 수 있다.


두 기업에서 보여주는 공통 메시지는 분명하다. AI가 회의 참여자에게는 편향을 줄이는 개인 코치가 되고, HR 부서에게는 조직문화의 실시간 센서‧대시보드가 된다. 그 결과 승진·배치·교육 결정을 직감에 의존하지 않고 ‘행동 데이터→코칭→재측정’의 피드백 루프로 전환할 수 있다. 포용적 대화를 실시간으로 계량화하는 능력은 이제 채용·성과·리텐션과 같은 전통 HR 지표 못지않게 전략적 가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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