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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다니다가 창업하는 시나리오

부제 ) 그냥 회사 잘 다니자....

by 데이터쟁이



10여년을 스타트업을 다니다 보니, 창업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유독 데이터 업을 해서 그랬던것일까, 다른 회사 데이터들 보다보니 될 것 같은 사업이 남들보다는 먼저 보였었나보다. 나부터도 그랬고..


여러 종류들이 있긴 했지만, 대체적인 팩트 위주로 정리를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아직 세상에 없는 서비스!!?


내가 생각한 그것 보통은 이미 있다. 혹은 남들이 안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명랑 핫도그가 유행하나 싶으면, 오만천지 전부 핫도그였고

떡볶이도 그랬고, 봉구비어 같은 맥주집도 그랬다.


상한가에서 익절하는 사람은 올라가는 걸 보고 산 사람이 아니라, 그 전에 사둔 사람이라는 주식에서의 말처럼 유행한다고 시작하는 건 이미 들어갔던 사람들 배불려주는 셈이다.


데이팅 서비스가 한창 유행일 때 (뭐 지금도 핫하긴 하지만..) 그때도 그랬다. 데이팅 앱이랍시고 국내에 나와있는 게 300개이상이라고 했고 시장 조사겸 이것저것 깔아봤을 때 서비스 종료했다고 메일로 오는 경우도 허다했고 인스타에 들어가면 매주매주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었다.


문 열고 들어가야 혜택을 보는거지,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먹을게 없다.

(아직 닫힌 문인건지, 누가 열어보고 망해서 닫아놓은건지는 진짜진짜 잘확인해야한다)


2. 의외로 스타트업 친화적인 대한민국


생각보다 창업을 하겠노라하면 나라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꽤 많은 시드자금을 대준다. 대출이긴하지만 꽤나 저리로 대출해주기 때문에 초기에 사업 아이템만 괜찮으면 내 자본금 많이 안들이고도 시작할 수 있긴하다. (시작 할 수 있기'만' 하다..) 생각보다 운영자금이 월급쟁이 시절의 단위가 아니다. 직원들 급여도 그렇고 사무실 임대료도 그렇고 각종 솔루션들 이용료, 법인 관련 세금 등등.. 직원 서너명 앉혀놓고 광고 조금 돌리면 한달에 2천만원은 우습게 깨진다.

나랏돈으로 사업한다해도 1년이면 눈녹듯 사라지는 돈이고, 그 안에 투자를 받든 자기돈으로 채워넣든 기적적으로 수익이 나서 자생이 가능하든... 어느것 하나 쉽지 않다.


3. 사용자들은 꽤나 깐깐하다


도치맘 같은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내 서비스가 모든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돈도 빵빵 써줄 것 같지만 정말 그렇지가 않다. 게임사에서 BM으로 자주 이용하는 것 중에 첫 구매 혜택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반적인 구매 상품보다 월등히 좋은 구성으로 제공한다. 왜겠는가? 첫구매까지의 허들이 굉장히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100원이나 1000원이나 혹은 만원일지라도 사용자들한테는 가격보다는 "내가 이걸 돈을 주고 쓸만한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깐깐한 기준을 내세우는 것 같다.

진짜.. 결제 잘 안해준다..


4. 마케팅 이것도 쉽지 않다


대형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을 다녀보면, 광고비 수억씩 태우면 티비에도 나오고 밭매는 김씨 할매도 알 수 있게 광고가 되었다. 광고의 효율이 좋은게 아니라, 뭘해도 효율이 좋을 브랜딩이 되어 있는 서비스라서 그렇다.

진짜 초기 스타트업은 TVC는 할 돈도 없거니와, 한다 해도 저게 뭔데.. 하면서 아무도 안들어올 확률이 높다.

보통은 메타나 유튜브 구글 등 소셜 광고들을 운용하게 되는데, 이거 진짜 효율 안좋다. 그들의 말로는 금액이 적어서 학습량이 낮아서 그렇다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주지만 금액을 높여봐도 쉽지 않다. 인건비 다음으로 금같은 초기 시드가 광고비로 줄줄 녹는다. 우리 같은 경우는 3천원대 고객획득비용을 유지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채널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불가능 하다는 걸 광고비 2억을 태우고 학습한 결과이다.




일로 만났던 한 회계사가 사업을 훑어 보더니 했던 말이 있다.

자신있나? 그 서비스

- 자신 있다

정말 니 말대로 1년안에 매출이 막 나고 2년안에 BEP를 찍는다?

- 큰 오차 없이 그렇게 가능할 것이다

그럼 왜 투자를 받나 괜히 지분 뜯기게 대출을 받든 사채를 써서 해라

- 음.....

대출은 싫고 사채가 무섭나? 투자금은 안무섭나?



사실 그랬다. 뭔가 투자금은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아니라 생각했었던 걸까 돈의 질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보다 더 무섭고 꼬리표도 달려있고 날카롭다.


한줄요약

- 하나 뿐인 아이의 병원비로 사업을 해도 성공할 자신이 있을정도로 자신이 있을 때만 뛰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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