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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가가 가야할 길

백수 피하는 방법

by 데이터쟁이

10년 넘게 데이터 분석가로 일해오면서, 저는 줄곧 '리터러시' 영역, 즉 숫자를 언어로 번역하여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특히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제 역할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결과물을 그대로 복사할 정도의 퀄리티는 아닐지라도, AI는 이제 리포트 작성의 7할 정도를 깔고 들어갈 수 있는 '저점'을 형성했다. 4~5년차 대리급 분석가가 작성하던 수준의 리포트를 대졸 신입도 AI의 도움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신입들의 수준 자체가 높아졌을 수도 있지만, AI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단어와 인사이트의 정제 작업이 필요하긴 해도, '쓸만한' 초안을 빠르게 제공하는 AI는 명백히 저희의 핵심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AI가 고도화되고,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인재가 늘어날수록,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리포팅하는 '중급 이상의 분석가'들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미 우리 앞에 와 있거나, 곧 도래할 것이다.


� 데이터 분석가에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OOO'로

데이터 분석 그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데이터 분석은 이제 우리가 '할 줄 아는 것들 중 하나'로 깔아두고, 본업의 영역을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데이터를 깊이 이해하고 통찰력을 가진 분석가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 가지 핵심 영역을 고민해 보았다.


1. �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기획(Product)의 영역

저는 이미 UI/UX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절반쯤은 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순히 기획 업무를 '돕는' 역할이 아닌, 직접 데이터를 '캐서(탐색해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실험을 설계하고, 새로운 Feature를 기획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획자의 역할이다. 데이터를 캐서 더 나은 방향으로의 실험이나 Feature 기획을 직접 하는 것까지가 저희의 확장된 업무이다.


2. � 숫자로 비즈니스를 이끄는 사업(Business)의 영역

우리가 리포트를 작성하고 제안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하니 이걸 바꿉시다'라는 제안은 이미 사업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제안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서비스가 구독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하는 시점에서 해야 하는 제안이 다를 것이고, 투자 유치를 앞두고 매출 증진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그 각각의 시점에 따라 사업의 방향성을 고려해서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사업의 영역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던 것이다.


3. � 성과를 창출하는 마케팅(Marketing)의 영역

저희의 기술적 백그라운드와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능력은 이 마케팅 영역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다. 이미 이것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밥 그릇 뺏는 소리 같긴 하지만 마케팅 집행 기획과 실제 집행에 있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필수적이었다. 그 배경에 기술적인 백그라운드와 집행에 필요한 개발력이 필요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케팅 툴에서 PA 툴로 그리고 서비스 DB로 연결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인입에서 전환까지의 전체 사이클을 보면서 사용자의 흐름을 판단하는 영역이다.


�️ 결론: 지금은 '붕어빵'이냐 '도약'이냐의 기로

구차하게 몇몇 영역을 나열했지만, 핵심은 하나이다. 좋게 말하면 데이터 분석 경험은 우리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만능 키로 만들어 주었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준비 안 하면 집 앞에서 붕어빵을 구워야 할 시국'**이다.

데이터 분석 그 자체만으로는 일정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AI가 하향 평준화시킨 분석 작업의 '저점' 위에서, 저희 10년 이상의 경험이 가진 '상황 판단력', '비즈니스 이해도',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특정한 도메인(기획, 사업, 마케팅 등)과 결합하여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OOO'로 거듭나야 한다.

데이터 분석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데이터를 무기 삼아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커리어의 문이 이미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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