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외국 원정 트레킹 계획서...
일본의 고산 서열 다섯 번째 높이의 산(3,180m)
일본 북알프스 중에서도 히다 산맥 우시로 다테야마 연봉 중 야리가타케 [槍ヶ岳]
외국으로 트레킹을 마음먹고 실천에 옮길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우리나라의 좋은 곳도 다 돌아보지 못했는데... 외국까지는..." 내가 할 수 없는 세상 밖의 일들로 치부했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영화 한 편...
나에게 일본의 북알프스로 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카운터 펀치를 날린 건 다름 아닌 지인으로부터 알게 된 영화 한 편이 발단이 된다. 일본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봄을 짊어지고"...
그때부터였던가? 북알프스의 다테야마 연봉들에 대해 검색을 시작하고 그곳을 다녀온 분들의 후기글 하나하나를 찾아 꼼꼼히 읽어 가길 되풀이하는 나날이 이어진다. 결심을 하기 시작한 날로부터 실행에 옮겨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는 순간까지도 설마 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만 되풀이되었다.
처음 난관은 시간을 허락받는 일이었다. 가족에게 시간을 허락받아야 했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이리저리 눈치를 보아야 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열망의 강도는 허락을 구하기보다는 차라리 통보를 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가족들에게도 이해를 구했고 허락을 받았으며, 회사일에도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휴일이 이어지는 연휴기간으로 최대한의 일정을 잡아야만 했을 무렵, 또 다른 난관이 나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 생겼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주항공의 나고야행 첫 비행기는 오전 8시 인천 출발이었으나, 올해부터 오전 11시 10분으로 비행 편이 변경되었다는 상담원의 안내 전화가 걸렸왔다. 머릿속이 아득해져 온다는 표현이 이런 것일까? 어떻게 변경하시겠냐는 상담원의 상냥한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갈 수도 없는 길의 계획은 왜? 잡았냐`고 묻는 것처럼 들렸다.
창끝처럼 뾰족한 야리가타케의 봉우리를 직접 볼 수 없는 것인가?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 저곳을 보겠다는 것은 욕심이었나?
'어렵게 만든 일정이었고, 어렵게 받은 허락이었다.' 이대로 물러서기에는 억울함만 가슴속에 남겨질게 분명하다. 다시금 인터넷 검색과 블로그 트레킹 후기들을 보며 이동시간, 환승방법, 시간표 작성에 몰입한다.
나고야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야리가타케산을 트레킹 하기 위한 관문인 가미코치까지 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포스팅해주신 이웃 블로그님의 도움으로 환승위치까지 파악하며 시간 테이블을 작성하기에 이른다.
계획을 세워놓고 보니 불안감이 앞선다. 말도 안 통하는 이국땅에서 환승 차편 티켓을 구매하여야 하고 환승 차량 위치를 찾아 탑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1일 차 목적지인 도쿠사와 야영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야리가타케 정상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보고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종적으로 백팩에 들어갈 물품들을 한 가지 한 가지씩 정리했다. 가급적 트레킹에 집중하기 위해 매식 일정을 중간중간 넣어 두었기 때문에 음식으로 인한 부피와 무게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상태였지만 3,000미터급 산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동계형으로 짐을 꾸렸다.
위의 물품에서 텐트, 여벌 옷가지를 더했더니 백팩의 무게는 15킬로에 달했다.
출발 당일 오전 06:16분 공항버스 안에서 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들떠있는 어린이가 될 줄 알았다.
버스에 오르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과 생각들은 온통 "생존 필수품 중 빠진 건 없을까?" "나고야 공항에 내려서 무엇부터 해야 하지?" 머리 속은 점점 아득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