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마케터입니다. 기업들의 마케팅 플랜을 자문해주고 있어요.
Q. 안녕하세요 충효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년 차 디지털 마케터 박충효입니다. 국내에 디지털 마케팅 붐이 한창이던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디지털 채널 운영 업무를 했고요. 그 이후에는 국내외 커머스 쪽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가, 1인 기업으로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플랜을 자문해 주는 ‘디지털 성장 자문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사업으로는 8년 차가 되었네요.
Q. 와 경력이 어마어마하시네요.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시작해서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시다가 지금은 개인 사업까지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오셨네요.
그냥 한 회사에 오래 쭉 있는 사람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트렌드에 맞춰서 계속 왔다 갔다 했던 케이스라서 인하우스에서 보면 ‘이 사람을 과연 써도 되나’ 싶을 것 같은데요. 지금 디지털 성장 자문 일을 하면서 만나는 고객분들은 다양한 경험이 있다는 걸 좋게 봐주시기도 하시더라고요.
Q. 분석가들도 컨설팅 회사에서 다른 회사의 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분석가와 자체 프로덕트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하우스 분석가들이 있는데요. 마케터분들도 인하우스와 컨설팅이나 외주 업무를 하는 마케팅 에이전시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충효님은 마케팅 에이전시에 오래 계셨다고 하셨는데요. 에이전시 일은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인하우스와 비교해 장단점이 있다면요?
에이전시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의 업무를 하다 보니, 깊게 뭔가를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일별로 발생하는 다양한 업무를 쳐내야 하다 보니까 온라인에 있는 내용들을 빠르고 깊게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바로 클라이언트한테 피드백한다거나 아니면 외부 전문가를 섭외해서 같이 미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취업 준비하는 분 중에서도 인하우스로 가서 한 가지 도메인에 집중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에이전시에서 일하면 한 분야를 깊이 파지 못 한다는 게 단점이지만, 반대로 보면 여러 가지 분야를 다 경험하면서 본인의 전문성을 피라미드 형태로 찾아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Q.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만큼 압축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포지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충효님이 처음 에이전시에 들어가신 이유도 궁금해요.
제가 ‘새우깡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블로그를 진짜 열심히 했었거든요. 취미로 축구 얘기나 애플 신제품 정보를 번역해서 올리기도 하고 서평이라든지 디지털 마케팅 얘기도 썼습니다. 한참 블로그를 할 때 국내에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하는 에이전시가 처음 만들어졌는데 오랜 시간 대표님이 제 블로그를 눈여겨 보고 계시다가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주셔서 에이전시 팀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데이터리안에서 블로그 잘 운영하시는 걸 보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어요.
Q. 그렇군요. 에이전시에 들어가시게 된 계기도 범상치 않네요. 충효님은 글 쓰실 때 주제는 어떻게 찾는 편이신가요?
지금 하는 일에 매진하려고 요즘은 글을 절제하고 있다가 다시 쓰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과거에는 가끔 기고 글이나 외부에서 요청받은 글을 올리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그런 기회가 드물어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하곤 합니다. 전에는 하루에 콘텐츠 7개씩 쓰고 그랬는데 요즘은 글 쓰는 게 어렵더라고요. 가장 최근에 올린 글도 2개월 전이긴 한데요. 달리기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글감이 있으면 샤워하고 나서 한 30분 만에 쓰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생각나는 즉흥적인 글감을 쓰는 경우도 있고 미리 글감을 적어놨다가 그중에서 골라서 쓰는 경우도 있는데요. 요즘은 NDA 계약을 하고 진행하는 일들이 있어서 제가 하는 일들을 외부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기도 해요.
글 소재가 없어져서 당장은 아쉽지만, 포트폴리오 면에서 생각하면 좋은 점이 더 큰 것 같아요. 남들이 같이 일해보지 못하는 기업들과 저 혼자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이력이니까요. 그래서 요즘 저한테 붙여진 별명은 소방수 아니면 고스트 그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가 하는 일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업무 위주로만 하다 보니 그렇게 불리게 된 것 같아요.
Q. 위급한 상황에 출동해서 급한 불을 끈다는 의미로 개발자 중에서도 소방수라 불리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마케팅 업계의 소방수는 오늘 처음 뵙네요.(웃음)
앞에서 에이전시에서 일할 때 국내 탑 티어 대기업들과 일을 했던 경험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충효님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다 경험해 보셨는데 특히 디지털 마케팅 쪽에서 무엇이 다른지 듣고 싶어요.
대부분의 대기업은 에이전시와 협업을 하곤 하는데요. 스타트업은 A부터 Z까지 모두 한다는 점이 가장 다른 점일 것 같아요.(그렇지도 않은 기업들도 있긴 합니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에이전시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는 기업마다 경중이 있습니다. 인하우스 마케터가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 주는 역할이 있기도 하고요. 인하우스 마케터 분들에게 의사결정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다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경우도 있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업무를 에이전시와 협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에이전시에서 하는 업무는 전략 기획부터 실행, 리포팅, 의사결정을 위한 근거 자료를 마련하는 일을 하는데요.
대기업에서는 대부분은 상부에 보고하는 일들을 되게 난처해하셔서 도움을 요청하실 때가 있어요. 이런 업무 요청에 대해서 에이전트가 서포트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만큼 많지 않은 것 같지만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직무와 무관하게 다양한 일들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 스타트업에 계셨던 분들이 대기업 인하우스로 가시면서 조직 커뮤니케이션이나 상명하복 시스템, 업무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등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듣곤 합니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근거 자료들을 찾는 일부터 리포팅하는 일이 스타트업에서 필수적인 업무는 아니기 때문이죠. 대기업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기대했던 기간을 미처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분들을 목격하기도 했고요. 그런 걸 보면 각자에게 맞는 일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Q. 에이전시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고충이 느껴지네요. 저도 예전에 있던 회사에서 에이전시랑 같이 일을 했었는데 그분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시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네요.
충효님은 에이전시 이후에 여러 기업의 인하우스 마케터로도 일하시다 지금은 개인 사업을 하고 계신데요. 개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해요.
처음 개인 사업을 시작한 건 2016년 겨울이었는데요. 사실은 바로 전년도에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하게 되면서 갑작스러운 야생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이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강의/트레이닝/교육, 워크샵도 할 줄 알고 기존에 하던 업무 중에 전략/기획 업무를 좋아했거든요. 주변 분들이 그런 걸 가지고 한번 개인 사업을 시작해 보라는 반 권유, 자발적인 동기 부여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 이후에 좋은 기회들이 계속 있었고, 마침 동남아 및 일본 해외 커머스 팀에 조인해서 일을 하면서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올해 3월 다시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즐겁게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10년 전 함께 일했던 클라이언트의 팀장님이 직접 사무실 근처까지 찾아와 주셔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주신 이후에, 이때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기회다 싶어 개인 사업으로 돌아왔습니다.
Q. 충효님은 어떤 툴을 활용해서 데이터를 보고 계신지도 궁금했는데요. 믹스패널을 쓰시다가 이제 GA4를 같이 쓰신다고 들었어요. 툴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늘 궁금해하시는데요. 두 툴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믹스패널은 이벤트 텍스노미를 되게 명확하게 잘 정의를 해야 하거든요. GA4는 자동 수집되는 이벤트들도 있어서 이벤트 세팅은 GA4가 더 쉬운 것 같고요. 믹스패널은 앱에 초점을 두다가 최근에 웹까지 확장한 상태라서 웹 분석 쪽은 아직 그렇게 고도화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앱 데이터는 믹스패널에서, 웹 데이터는 GA4에서 보고 있습니다.
Q. GA4랑 믹스패널이 완전 반대 상황이네요. GA는 원래 웹만 지원했다가 최근에 파이어베이스를 인수하면서 앱까지 확장하고 있는데 믹스패널은 반대로 앱에서 시작해서 이제 웹으로 확장하고 있군요.
앱이랑 웹을 같이 분석하고 마케팅 성과를 측정할 때 어려운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웹(web)은 매일매일 린하게 계속 수정을 할 수 있는데, 그에 반해서 앱(App) 같은 경우는 유지 보수하고 다시 릴리즈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돼요. 이런 면에서 웹과 앱의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웹은 오늘 새로운 콘텐츠를 발행했으면 해당 액션에 대해서 콘텐츠의 조회수, 이탈률, 전환율 같은 사용자의 흐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면, 앱은 그게 어려운 경우가 있으니까요. 지금이야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아키텍쳐들이 있으니 선택의 폭은 넓다고 판단됩니다.
Q. 그렇군요. 앱은 데이터를 보고 개선하려면 중간 과정이 더 많이 필요한 거군요.
그렇죠. 우리가 목표로 한 이벤트 수를 늘리려면 앱 푸시도 해야 하고 해당 매체의 적합성을 판단해서 매체도 전환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앱을 유지 보수하는 차원에서 엔지니어랑 커뮤니케이션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가 바로 꽂혀서 빠르게 의사결정 하기에는 웹이 되게 더 편하고요. 앱은 사용성 개선이라든지 지표를 가지고 의사결정하고 마케팅 액션까지 진행되기까지 공수가 더 많이 들어요.
Q.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게 되면 그 사이에서 정합성을 체크하는 게 어렵진 않으신가요?
이상적으로는 데이터 분석가가 통계적인 관점에서 정합성 확인을 해주면 좋을 텐데요. 저랑 일하는 회사들에는 큰 팀이 아니고서야 현장에 데이터 분석가들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실무에서는 GA4랑 믹스패널 데이터 중에 어떤 데이터가 맞고 틀리다 보다 데이터가 잘 들어오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참고하고 있고요. 어느 정도 오차 범위는 감안하고 트렌드에 집중해서 분석을 해요. 이런 트렌드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 트렌드를 계속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Q. 충효님은 디지털 마케팅 초창기부터 마케팅 데이터를 보는 일을 하신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신데요. 저희 캠프를 어떻게 듣게 되셨는지가 너무 궁금했어요.
GA4의 이전 버전인 UA는 구글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인 스킬샵(skillshop)에서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막상 업무를 하려니까 교육 내용이랑 실전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클라이언트 요청을 받아서 일을 하려니까 UA를 잘 활용하고 싶어서 진짜 온라인에 있는 것들을 다 찾아서 공부했었어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배운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안되더라고요.
클라이언트들이 요구하는 업무 수준도, 1에서 10 사이로 표현하자면 예전에는 대부분 1에서 5 수준이었는데, 이제 점차 6에서 10까지를 요구하다 보니까 개인적으로 한계에 부딪혔어요. 레벨 1~5까지는 온라인에 방대한 내용이 있어요. 그런데 6~10까지의 심화 내용들은 온라인에 잘 공개되어 있지 않거든요. 구글에서 제공해 주는 교육 내용에서도 심화 내용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요. 데이터 마케팅, 요즘은 마테크라고도 하는데요. 마테크 업계에서는 구글 애널리틱스를 레벨 6~10까지 할 줄 알아야 실무적으로 쓸 수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Q. ‘마테크’라니 처음 듣는 용어인데요. 혹시 마테크가 어떤 건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마테크’란 마케팅(Marketing)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마케팅 활동을 자동화, 효율화, 최적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와 기술을 뜻하는 신생 용어인데요.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하는 직군을 이야기해요.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직군에서 하는 업무를 모두 포함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데이터 기획 설계부터 기획한 데이터를 실제로 수집하고 대시보드를 만들어 수집한 데이터를 리포트하고 전략 설계하는 것까지 풀 스택을 다 요구하는 직무예요. 국내에서도 이런 업무를 모두 한 명이 해내기를 바라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요. 특히 저처럼 연차가 높아질수록 그 정도의 풀 스택을 다 소화하는 사람들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마테크에서 요구되는 능력들 가운데 데이터 분석 능력이 취약해서 이 부분을 보강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GA4로 전환될 때 어느 정도 비용을 쓰더라도 체계적으로 A부터 Z까지 가르쳐 주는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전에 SQL 캠프를 수강하면서 알고 있던 데이터리안에서 GA4 데이터 분석 캠프를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GA4 캠프를 완강하고 지금 프로젝트에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Q. 데이터리안 캠프가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GA4 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활용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GA4에 탐색 분석 기능이 새로 생겼는데 여기서 측정 기준이랑 측정 항목을 분류하고 필터링하는 부분이 되게 복잡하더라고요.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그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요.
이전에는 믹스패널을 사용해 퍼널 분석을 했는데 GA4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어요. 캠프에서 다뤄주셔서 신규 프로젝트에서 데이터 분석할 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LTV*를 GA4에서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했는데 강의에서 스텝별로 시연해 주셔서 이 부분도 명쾌해졌어요.
커머스 프로젝트 할 때도 매체별로 CAC*나 매체의 적합성을 찾는 데 GA4를 활용했어요. 특히 전환 측정이 UA보다 정확성이 높아진 것 같아서 그런 부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LTV: Life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 한 명의 고객이 평생 우리 서비스에 가져오는 수익
*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고객 획득 비용, 한 명의 고객을 획득하는데 지출한 비용
Q. 도움이 되셨다니 너무 다행이네요! 아쉽지만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인데요. 마지막으로 저희한테 하고 싶은 말이나 궁금하셨던 점 있으신가요?
매달 세미나를 듣다가 생각한 건데, 데이터리안이랑 함께 파트너십으로 함께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연락 주세요. (웃음)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GA4 데이터 분석 역량 업그레이드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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