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너도? 응! 나도! 같이 헤엄치자 박정민이라는 바다에서
요즘 내 머릿속을 맴도는 영상이 있다. 25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화사가 Good Goodbye를 부르던 무대. 그리고 그 아래에서 무대를 바라보던 박정민. 턱을 괴고 그윽하게 바라보고 미간을 좁히며 집중하던 얼굴, “맨발이구나” 하고 걱정하듯 움직이던 입모양. 뒷 짐을 진 손에 들린 빨간 구두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화사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이 모두가 유죄 눈빛이라 말하는지 알 것 같다. 그렇게 나도 박정민을 매일 찾아본다.
내 기억 속 박정민은 영화 시동에서 샛노란 머리, 배달 오토바이를 타는 찌질, 반항의 끝판왕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연기를 참 잘하는 연기파 배우다 했다. 그러다 밀리의 서재에서 그의 흑백 초상이 박힌 책 ‘쓸 만한 인간’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아 읽기를 눌렀다. 차에서는 그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챕터 1에서 본인의 소개를 맛깔나게 풀어냈다. 본인의 글을 자주 읽어달라는 내용의 글을 적어나가다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그에게 빠져버렸다. ‘자주들 놀러 오시라.’라는 말이 뇌리에 박혔다. ‘자주들 놀러 오세요! 자주 제 이야기를 읽어 주세요.’라고 쓸 법한 글을 ‘~시라.’라는 두 글자로 사로잡아버린 그의 능력에 나는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의 행보는 말 안 해도 알 거다.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글을 사랑하는 사람의 면모를 강력하게 어필 중이다.
나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박정민 배우를 만났다. 무제 부스에서 책을 팔던 출판사 대표는 그저 친절, 다정히 물씬 묻어나는 인간 박정민이었다. 인간이지만 배우 겸 작가기도 한 그래서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가까이에서 볼 순 없었다. 먼발치에서 3배 줌 촬영으로 만난 게 전부. 그럼에도 나는 실물 영접했다고 좋아했던랬고 지금도 자랑한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들어왔던 박정민이 이번 청룡 무대로 들어오다 못해 강하게 새겨졌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박힌 듯하다. 정통 멜로는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시상식에서 멜로란 이거다! 하며 대사 없는 눈빛으로만 모두를 사로잡았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된 순간부터 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게 됐다. A4용지보다 작은 책이 툭! 세상으로 나오는 게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을 깨닫게 된 이후로 박정민이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느낀다. 타인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을 쓰고 가끔은 눈물도 흘리게 하는 연기를 하며 좋은 책들을 마구 찍어내는 사람. 어찌 사랑해 마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그의 쓸 만한 인간을 다시 읽고 있고 그가 출현한 유튜브, 영화를 찾아서 보고 있다. 매력에 취해버리니 매일 취하고 숙취로 고생하는 일을 반복 중이다. 나의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박정민 영상 찾아보기, 박정민 오디오북 듣기, 박정민 필모그래피 정주행하기. 눈빛 하나로 만인을 쥐고 흔들고 수많은 밈, 영상을 생성시키는 대단한 사람이라면 나의 시간 일부를 내어줘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