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족을 제외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낙굴. 낙엽만 굴러가도 즐거웠던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났던 인연이다. 그 시절에 만난 여섯 여고생 낙굴과의 인연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지만 매해 연말 근사한 곳에서 만난다. 이날을 위해 회비를 걷었노라! 근사한 곳에 갔으니 와인 한잔 마셔야 인지 상정! 살짝 몸에 올라 온 열감을 젊었을 때의 혈기가 돈다는 착각. 그런 기분 좋은 알딸딸함이 몸을 감싼다. 우리의 연말모임은 옛 추억, 그 시절 열정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어떠한 것도 쏟아내도 되는 날. 그렇게 우리는 점점 늘어나는 나이와 우리 여섯은 줄다기를 한다. 똘똘 뭉친 여섯은 나이에게 지지 않고 낙엽만 굴러가도 즐거웠던 그 시절의 여고생들로 돌아갔다. 깔깔깔 대며 선물 증정식을 하고 어우야~ 하며 근황 토크를 하다 보면 그 시간이 다가온다.
조금은 낯간지럽지만 '올 해 잘한 일, 못한 일, 내년 다짐' 각각 3가지씩을 이야기하는 시간. ‘누구부터 말할래?’ 하면 서로 눈치만 본다. 뭘 말하지 생각하면 나는 ‘못한 일’이 먼저 떠올랐다. 연초에 다짐했던 일들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튀어나오고 그 아쉬움은 내년의 다짐으로 연장이 되곤 했다. 그러다가도 금세 잘한 일을 떠올려 보자! 하는 마음을 쥐어짜면 ‘저도 여기 있어요.’ 하며 잘한 일이 벽을 치고 있던 못한 일을 비집고 나온다. 어? 그만 나와 ! 할 정도로 많이 나와 깜짝 놀라기도 한다. 잘한 일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이다. 아이들 잘 키웠고 남편 건강 잘 챙겼으며 직장에서도 잘 버텨냈다. 하는 이야기들을 내뱉었다. 종종 특별하게 박사 학위를 취득, 이직, 내 집 마련 등의 이야기는 연말모임을 축하 파티로 만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성공, 기쁨을 축하하고 슬픔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가오는 올해 모임에서 나는 낙굴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게 될까? 육아휴직 3년 차. 직장생활과 멀어지고 육아, 가사에 몰두했던 시간. 육아와 가사만 하기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인 나는 올해는 내년 초 복직을 앞두고 조급했다. 그래서 독서, 기록, 운동 등 자기계발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고 스스로 채찍질을 했던 해 였다. 그 채찍질이 앞으로 나아가게는 했지만 너무 많이 휘두른 탓에 멈춰서기도 했다.
성취와 반성을 반복했던 올 한 해는 성취, 반성, 다짐이 혼재된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들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줬다. '너 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해'라고 속삭였다. 김신지 작가의 책을 읽으며 글인데도 그림이 그려지지는 문체. 그런 글이 쓰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갖고 싶다의 결론에 도달했다.
물성이 있는 성과, 손에 잡히는 증명.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 얻으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많은 자기계발서, 성공자들이 이야기를 한다. 책을 내고 싶으면 글을 써야하는 거다. 나는 글쓰기력을 높이고 나의 열심히 사는 삶을 증명하고 싶다.
올해 낙굴 모임에서 나는 이렇게 말할 거다. 독서, 기록을 꾸준히 잘했고, 더 많이 책을 읽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할 거다. 그리고 내년의 다짐은 이렇게 말할 거다. “26. 1월에는 책을 꼭 출간할 거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