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와 부고
다 사는 것
출근하려 신발을 신었는데 물컹한 무엇이 밟혀 딸래미가 물 묻은 휴지를 넣어 장난치나 싶었던 것이다. 손을 넣어 빼도 빠지지 않을 만큼 단단히 박아 놓았구나 생각했다. 기울여 털어봐도 휴지 뭉텅이는 나오지 않았다. 바닥에 턱턱 치며 털어냈더니 커다란 두꺼비가 튀어나왔다. 나는 놀라 뒤로 자빠지고 마당에서 혼자 파다닥거렸다.
밤새 내 발 안에 있었던 것이냐, 혹시나 모를 역한 인간의 냄새에도 아랑곳없이 깊이 숨어 웅크리고 있었을 너에게 내 발은 기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내가 보는 너의 모습이 기괴했던 만큼 놀라 자빠지는 내 모습을 봤을 때, 너는 얼마나 기괴하고 또 같잖았겠는가. 그러나, 내 발이 안식을 얻었던 그곳, 한동안 같은 공간에서 추위와 천적을 피하며 함께한 너의 그 축축한 기억을 나는 간직하겠다. 요즈음 동네에 고양이들이 창궐한다. 부디 살아라. 네 뒷다리의 민첩함을 위해 기도하마.
변변찮은 나를 위해 출, 퇴근을 도와주시는 기사님의 부고를 들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모든 아들에게 자기 안의 커다랗고 묵직한 세계 하나가 무너지는 일이다. 모든 아들의 유년에 영웅은 아버지다. 손바닥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나이고 그 손바닥으로 내 몸을 한 손으로 들어올려 공중에 날리는 슈퍼맨이다. 도대체 저렇게 힘센 사나이가 있을 수 있는가 여겨질 무렵, 내 목소리가 굵어지기 시작하면 영웅이던 아버지의 손은 작아지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어머니 앞에서 한없이 더 작아지는 영웅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의 젊음을 빨아들여 나는 커가고, 그의 고혈을 욱여넣어 내 육신은 성장한다. 이젠 아버지라 불리는 사나이가 더는 이 세상에 없는 날, 아들은 페르시아 요새처럼 육중하게 버티고 섰던 마음 속 세계 하나가 비로소 굉음을 내며 무너진다. 기사님의 부고를 들었던 날 이 세상 모든 아들의 마음으로 한때 자신의 영웅을 떠나보내는 아들의 리츄얼로 약소한 동지의식의 부조금을 전했다. 내 손이 그의 어깨를 어루만질 때, 접촉한 몸을 통해 그가 내 마음을 꿰뚫어 봤는지 내 두 손을 와락 끌어 잡는다. 그러나 우리, 서로의 마음을 바닥까지 들켜선 안 되므로 얼른 두 세번 두드리는 것으로 모면했다. 그것은 한때 아들이었을 모든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될 모든 아들에게, 그것은 입밖으로 내선 안 될, 영원히 서로가 서툴게 놔둬야 할 불문율이므로.
늘 어거지로 살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살면서 고마운 두꺼비와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저 막사는 나에게도 인연은 찾아오는구나 여긴다. 자아니 영혼이니 형이상학이니 하는 초월론적 이야기보다는 내게 찾아온 인연들 하나 하나를 고마워하는 것이 다 사는 것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