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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용 Jan 23. 2024

알피니스트

산이 빚은 사람들

비싼 냄비 받침대를 또 하나 세상에 내놓는다. 어쩌자고 매번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정신적 나체를 드러내는 일을 벌리는지 나조차 모르겠다만, 제 좋아 나온 책을 난들 막을 수 있겠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도 아니고 무언가가 되려 쓴 글도 아니다. 읽었으면 하는 독자층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나도 모른다. 그저 시간 밀쳐내며 대책 없이 전전하며 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여긴다. 이전처럼 이 책도 첫번째 독자는 나였다. 내가 목말라 했고 내가 알고 싶은 것에 관해 개발새발 썼다. 한국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니 보이지 않는 것들이 희미하게 보였던 것 같다. 보이게 되니 알게 되고 알게 되니 다시 그것들은 달리 보였다. 그래 잡았다 싶었을 때, 들뜬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사위를 어둡게 만들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눈에 힘을 주고 미간을 좁혔는데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본 것을 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안타까움과 여전히 보려 하는 미련에 대해 썼다. 애초에 보이지 않았다면 발광을 해대며 보려 하지 않았을 텐데 어설프게 본 것들이 나를 미치게 하여 여기까지 왔다.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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