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ep1. 남편과의 연애시절

by 원투펀치

저희 부부는 대학교에 막 입학하고 5월달부터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제 남편에 대한 첫 인상은 이렇습니다.

저희는 같은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동아리방 안에서 혼자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는 아주 두꺼운 수학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그 모습에 반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몇 달동안 썸을 탔고 5월달에 제가 먼저 고백하기에 이르렀지요.


남편은

"장난치는 거 아니지?" 라며

"그래. 우리 앞으로 잘 사귀어보자."하고 제 손을 꼭 잡아주었지요.

(그리고 그날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에게 받은 문자. "입술에 김 붙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될놈될인가요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에 성공한 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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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돈도 없고 차도 없던 시절이라 뚜벅이로도 이곳저곳 많이 다녔어요.

같은 동아리를 하면서 '사전답사'라는 명목 하에 지방에 있는 숙소에도 방문해 보기도 하구요,

섬에 있는 펜션으로 놀러가서 물놀이도 하고...


저희 두 사람 모두 연애는 처음이었어서 정말 뜨겁게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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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20살, 저 19살에 처음 만나

10년이 넘는 긴 연애기간동안 저는 남편의 부모님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남편에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봐도 얼버무리기 일쑤.

그러다 남편과 아버지 사이가 좋진 않은 것 같길래 제가 주제넘게 훈수도 두기도 했지요. ㅎㅎ


"에이~ 00이는 아빠랑 화해 안 해봤구나? 원래 부모자식 사이가 그렇지. 다음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하하호호 웃고 그렇잖아."


지금 생각하면 그당시 전 많이 해맑았던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이 저희 부모님같은 줄로만 알았거든요.

무한 사랑을 주시는, 따뜻하고 자상한 부모의 모습을 하고 있을 줄...


아, 연애 기간동안

시어머니를 딱 한 번 뵌 적이 있었네요.

제가 한동안 포털에서 하는 이벤트를 응모했는데,

그 당시에는 DAUM에서 뮤지컬 티켓 응모해서 받는 게 있었거든요.

제가 원래도 당첨운이 좋은 편이라 무료로 뮤지컬이며 연극을 보곤 했었는데,

또 오지랖이 발동해서 '이번에는 OO이랑 엄마 둘이 보고 오라고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남편(그당시엔 남친이죠ㅎ)에게 티켓을 주어야 하는데 '본인수령'이 원칙이라

제가 먼저 티켓을 교환하고 혜화역 지하상가에서 남편을 만나 티켓을 얼른 건네주는 찰나에

화장실에 들어갔던 시어머니랑 마주쳤었어요.


저는 당황해서 인사만 얼른 드리고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났고

시어머니는 그때 저를 보시곤

"쟤는 키가 몇이냐? 키가 왜이렇게 작냐."고 하셨다고.. ;

고맙단 얘긴 따로 못 듣고 그런 소리만 하셨단 얘기를 남편을 통해 들었어요.

--> 이 때 시어머니 & 남편 스타일을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요... 휴


그리고 30대로 들어서자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하고

모바일 청첩장에 들어있는 예쁜 웨딩사진을 보니 너무도 부럽더라구요.

저는 대학교를 졸업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남편은 석사과정을 지나 박사과정 중이었어요.


그 와중에 저희 작은엄마가 하신 말씀이 제 마음속에 깊히 자리잡았습니다.

'니 남자친구 박사된 다음에 너 떠나면 어떡하니? 그런 사람들 많다던데.'


저는 왠지 조급해졌습니다.

10년간 연애한 내가 이 사람과 헤어지게 된다면?

다음에 사귈 사람은 내가 전연애를 길게 한 것에 대해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 와중에 저에게 관심을 표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제가 좋다고 하니 저도 자꾸만 관심이 가던 것도 사실.

그러나 양다리를 걸칠 순 없으니,

저는 확실하게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혼' 이라고 결론내렸지요.


"우리,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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