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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Dec 06. 2021

초대받은 사람들

초대받은 사람들

딸이 결혼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지난 토요일 코로나 확진자가 갑자기 하루 4천 명을 넘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예식장에 하객이 붐볐고, 못 오신 분들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성의를 표하며 축하해주셨다.

참석한 하객과 따로 인터넷 은행계좌로 송금하신 분들께 지난주 전화로, 개별 문자로 혹은 단톡(그룹)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니, 누군가 얘기했듯이 시원섭섭하였고, 또 기쁨과 아쉬움 그리고 허탈함도 느끼며 만감이 교차하였다.

결혼식이 끝난 뒤 하루 이틀 뒤늦게 축의금을 보낸 분들이 더러 있었지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지인들도 몇 분 있었다.

내가 친구 A에게 감사의 전화를 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다른 친구를 통해 내 딸이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축의금을 보냈다며 내게 조금 섭섭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그는 정치색으로 양분되어 매일 싸우다시피 하는 단톡방은 거의 안 본다며, 내가 개인 카톡으로 청첩장을 보내면 확실히 기억할 수 있었는데 이를 간과했다며 충고하였다.

옛날 같으면 일일이 주소를 확인해 청첩장을 우편으로, 전화 혹은 인편으로 전달했는데, 지금은 거의 SNS로 보내 예비 신랑, 신부의 모습과 예식시간, 교통편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 하객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는 것도 고역이라 편리하다며 단톡으로 보내는 것은 그의 얘기대로 성의가 없어 보였고, 읽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또 다른 얘기다.

학창 시절의 친구라 막역했던 B는 1년 전에 다른 친구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수 차례 그에게 전화했고, 또 메시지도 보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수년 전에 B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모두 가봤는데, 그들 둘 사이의 일인데 나에게 축하 전화나, 문자도 보내지 않은 그의 처사가 못내 아쉬웠다.

더 황당한 C의 해프닝도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 집에 있는데, 카톡으로  "규선아 축하해~~
나는 토요일 되면, 김장하고서라도 강남에 나와야되~~~
ㅅㄱ장에는 못갔는데 인사는 보냈읭~~♡♡"

"그래 미안해 꼬갔었어야는데... 죄송요"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나의 마음에 거슬렸다.

"서운하면 얘기해요. "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누구는 직접 와서 축하해주었는데, 어떤 성의도 보이지않고 토요일 늦은 밤에, 술을 먹고 쓴 글인지 엉터리 문장을 보내왔다.

너무 황당해서 나는 며칠 지난 후에, C에게 "글과 이모티콘이 그다지 품위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문자를 보냈더니, 그가 큰 실수를 했다며 사과했다.

그렇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축하인사도 많았다.

내가 20년 전에 미국에 6개월간 있었을 때, 샌프란시스코 D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7년 전에 방한했을 때 종로 어느 술집에서 즐겁게 얘기했던 것이 전부였던 그가 미화 200달러(23만 원)를 보내왔다.

단톡방에서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였는데 너무 큰돈을 받아 즉시 미국에 전화했더니, "규선이 덕분에 친구 소식을 듣고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오히려 웃으며 축하해줘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별로 해준 것이 없는데..."

또한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도, 그렇다고 몇 년간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적지 않는 축의금을 보냈을 때도 그들의 얘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그런데, 수시로 안부를 묻고, 등산도 가고, 또 식사하며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한 지인이 무심한 듯 반응이 없어,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뭐 잘못했나! 그 정도 사이는 아니었나!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있나! "

"축하한다!"는 간단한 메시지라도 보내주었더라면 마음의 위로가 되었을 텐데, 그의 평소 행적을 봐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만, 그와 뜨뜻미지근한 관계였다가 언젠가는 불편한 사이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

나이 들면서 새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서로 노력했는데 그렇게 헤어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최근에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거야!" 하면서 내 속 좁은 생각을 버린다.

돈과 건강을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에 못지않게 친구가 행복의 중요한 요소다.
 
어려울 때 뜨거운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수 있는 참다운 친구가 한 명이라도 곁에 있다면, 말년 인생은 성공한 셈이라고 한다.  

괴테는 "인생 말년에 행복해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재테크보다 우(友) 테크를 잘하라!"라는 명언이 오늘따라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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