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이야기
나는 도박은커녕 푼돈놀이 게임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몇만 배 대박을 터트렸다는데 그것은 매우 운이 좋았을 뿐이라 생각한다.
오래전 내 친구는 강원랜드에 갔다가 100만 원을 잃었다. 그 돈으로 한턱 쐈으면 고맙다는 얘기라도 들었을 텐데 라며 혀를 끌며 무척 아쉬워하였다. 그래서 나는 일정 금액을 갖고 즐기다가 빈손이 되면 미련 없이 일어난다. 본전을 찾으려다 기분이 잡치거나 신세를 망치는 일은 안 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요행을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로또복권을 사는 일이다. 요즘은 거의 구매하지 않으나, 몇 개월 전만 해도 매주 3게임(3천 원)을 구입하는데 적은 금액이지만 갖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20여 년 전에 여러 번 이월된 1등 당첨금액이 무려 407억 원이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한게임 가격을 1000원으로 내렸고, 이월 횟수도 2회로 제한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팔자를 고쳤다는 얘기가 나왔고, 젊은 나이에 큰돈을 흥청망청 쓰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지꼴이 되어 더 추악한 신세로 전락했다는 뉴스도 접했다.
"6/45 로또"는 45개 숫자 중에 6개 번호가 모두 일치될 경우 1등이며, 이 경우의 당첨확률은 1/8,145,060이다.
내가 4개 번호가 일치한 4등 당첨(정액 5만 원)이 딱 한번 있었고, 3개 번호를 맞춘 5등 5천 원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랜 기간 수백 번 로또를 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낮은 확률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대에 못 미쳐 점점 로또를 사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어쩌다가 돼지꿈을 꾸거나, 하늘을 나는 꿈을 꿀 때마다 잊지 않고 샀지만 그것도 허탕이었다
워낙 안 되어 한동안 포기하다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구입한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자동'으로 구입했는데, 이번에는 '수동'으로 번호를 선택한다. 사는 날이 10일이면 10 숫자를 넣고, 홀수와 짝수로 번갈아, 또 군번, 생일과 기념일에다 그날 행운의 숫자를 찍어본다.
특별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을 여기 로또에도 적용해 본다. 그것도 안 되면, 과거 당첨된 숫자를 보고 패턴을 찾고, 출현 빈도, 동반출현 횟수 그리고 미출현 기간 등을 조사해 다각적으로 시도한다. 그러면 행운의 여신이 탄복했는지 나에게 가끔 5천 원(5등)을 준다.
언젠가 경기도 평택을 지나다가 로또 국내최다 당첨점을 발견했다. 잘 되는 장소라며 지인의 꼬임에 넘어가 거금 만원 어치를 구매했다.
두근두근 로또 당첨일 날.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희망이 현실이 될지, 아쉬움으로 남을지, 하나하나 숫자를 비교해 가며 확인하는 순간은 숨이 막히고 시간이 멈췄다. 그런데 아니 몇 번을 봐도 한 게임도 숫자 3개가 나오지 않았다. 모두 꽝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확률상 당첨률이 높을 수밖에... 쩝!
그 후 그런 인기 있는 판매점을 믿지 않는다. 일부러 작은 가게에서 행운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사진관을 겸하는 주인장에게 로또를 사서, 1등으로 당첨된 나의 해맑은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곳에 대형 가족사진을 부탁하리라!
작년 말에 고교송년회가 있었다. 총무는 우리에게 연말 선물이라며 로또를 나눠주었고, 당첨되면 금액의 반은 기부해야 한다며 유머도 날렸다. 그날 나도 오랜만에 로또를 샀는데 합하니 졸지에 6게임이 되었다.
다음 날인 토요일 밤 목욕재계를 한 후에 휴대폰으로 1152회 차 로또번호를 확인하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당첨번호가 30, 31, 32, 35, 36, 37이었다.
세간에 떠도는 "로또는 조작이다."라는 얘기가 쏟아져 나올만했다. 6게임 모두 낙첨이 되었지만, 너무 신기해 다른 채널로 확인해 보았지만 틀림이 없었다.
수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랜덤으로 이런 번호가 나오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수동으로 번호를 선택한다며 이런 숫자로 장난을 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궁금했다. 그런데 1등으로 당첨된 사람이 무려 35명이 되는데 그중 22명이나 수동으로 복권을 구입했다.
당첨확률은 814만 분의 1로 똑같은데 세상에 이런 특이한 경우가 생기다니!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니, 로또 추첨기계 버튼을 누른 꽃미남 배우 정해인의 황금장갑 덕분이었고, 그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매주 로또 판매금액이 500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동으로 복권을 구입한다기에 지금부터는 나도 엉뚱하게 일렬로 된 번호도 선택할 것이다.
나의 지갑에는 꿈이 있다. 비록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갖고 있으면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삶의 활력소도 얻을 것이다.
글쓴이, 나그네 인생 이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