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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서해 펜션에서

바다가 보이는 펜션 발코니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까치 몇 마리가 내 머리 위에서 큰 소리로 울어대다가 사라진 후에 가만히 들어보니 어디선가 경쾌한 음악이 들려온다.


마을 이장이 보내주는 음악인가 귀를 기울여보니 이곳 펜션에서 틀어주는 재즈였고, 그 노래가 무척 정겹다.


오래전에 직장 후배와 혜화동에 있던 야누스라는 클럽에서 맥주를 마시며 무심히 들어본 재즈는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과는 성격이 달라 신선했는데, 그때 고개를 가볍게 흔들거나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지금 내 귀를 스치듯 부드러운 재즈를 들으며,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멋있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멀리 이곳 태안반도 끝에 있는 펜션에 와서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눌러앉아 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걸쳐놓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폼을 잡는다.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들은 너무 쉽게 잊고 산다.


당신은 인생에서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신의 삶이 어떠했는지, 당신의 삶이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당신의 몸과 마음이 가고자 했던 곳은 한 군데도 가보지 못했다고 느낄 것이라는 어느 철학자가 전하는 얘기는 의미심장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수 없이 들은, 할 때는 열심히 하고, 놀 때는 푹 쉬라는 명언은 나에게 진리이며, 행동 강목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잠시 쉬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기대 이상으로 잘 해결되는 적이 많다.


그래도 안되면, 전망 좋은 찻집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거나, 멀리 드라이브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지금 방 안에서 TV를 보고 있는 아내와 나는 발코니와 연결되는 통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아내가 혼자서 킥킥거리며 웃을 때마다 재즈 소리가 끊기지만, 그것도 음악에 편곡되어 거슬리지 않았고, 그때마다 나는 잠시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주황색 지붕이 예쁜 집들과 소나무 숲을 내려다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것이 행복이다!  


오전에 천리포 수목원을 걸으며 힐링하였다면, 지금은 책을 읽고, 아니 잠시 책을 덮어두고 재즈클럽 야누스에서 했던 대로 몸을 살짝 흔드니 행복이 별거 있겠는가!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아내와 펜션 주변 솔밭길을 산보한 후에 영목항 어촌에 저녁 먹으러 갈 시간이다.


그래! 밭길을 손잡고 걸으며. 바다를 쳐다보며, 함께 산타루치아를 노래하자!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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