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구시가지 도민 맛집
주중의 찌든 스트레스를 타파해 주는 건 자고로 떠들썩한 회식 자리다. 자취인에겐 평소 때우는 요기에서 간만에 휘황찬란한 음식을 음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서귀포그릴 올레세트 60,000원 한라산세트 80,000원
제주의 많고 많은 돈구이 식당 중 요즘 인기 있는 흑돼지 식당처럼 외관과 실내가 세련되지는 않아도 그렇기에 격식 없이 회포를 풀기에 제격인 장소를 소개한다. 물론 최상화 된 고기의 맛은 디폴트다. 제주의 상향평준화된 돼지구이 홍수 속 빛깔부터 다른 선도와 탄력 있는 육질로 질 좋은 돼지고기를 선사하는 이곳. 서귀포에서 드문 고기 구워주는 서비스까지 더해지니 가장 중요한 고기 흡입과 열을 올리게 하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처음 방문했다면 인원보다 살짝 모자라게 모둠구이 2인 세트와 5인 세트로 여러 부위를 맛본 후, 입맛에 맞는 단품 부위를 추가해서 고기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고기의 느끼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칼칼한 사이드 메뉴의 부재는 아쉽지만 고깃집에서 고기보다 더 중요한 건 없으니 패스.
삼강식당 오리 한 마리 65,000원
퇴근 후 방문한 가게의 여닫이 문을 열자, 꽉 차 있는 테이블과 왁자지껄한 소리에 단번에 맛집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는다. 단일 메뉴인 오리 한 마리를 주문하면 선홍빛의 샤브용 고기가 먼저 내어진다. 얼리지 않아 도톰하게 썰린 샤브용 고기를 푹 익어 보드라운 채소와 함께 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의 극락을 경험하게 된다. 치열한 샤브 경쟁으로 순식간에 고기가 비워져도 아쉬울 필요는 없다. 다음 차례로 숭덩숭덩 잘린 뼈고기가 살코기를 뜯는 재미를 줄 테니. 여기까지 아무리 배가 불러도 고소함이 코를 찌르는 마무리 죽과 제주식 수제비인 조배기 반반으로 꼭 마무리해야 할 것. 오리는 불포화지방산이라는 안심 하에 모두가 배가 터질 것 같은 포만감으로 식당을 나오게 된다.
천지연무태장어 1kg 70,000원
평소 특유의 느끼함과 식감으로 장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면 무태장어는 한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서귀포 천지연을 따라 서식하던 자연산 무태장어는 현재 양식에 의해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풍천장어와는 달리 담백하고 탄력 있는 식감이 특징. 한 번 맛보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이곳에서는 미리 전화로 키로수를 주문하면 기다림 없이 식사할 수 있다. 초벌구이 장어는 테이블에서 숯불로 주인장이 먹는 내내 정성으로 구워주는데, 두툼한 두께와 가지런한 정렬로 압도한다. 소금간만 한 주재료는 수북이 놓인 채 썬 생강을 곁들이거나 간장소스를 찍어 먹지 않아도 숯불향이 더해진 본연의 맛으로 충분히 감동스럽다. 메인 메뉴만으로도 퍽 만족스러우나 깊은 산장에서 맛볼법한 각종 장아찌와 김치 밑반찬의 향연이 입안을 개운하게 전환시켜주니 남은 반찬까지 모조리 포장해 가고 싶은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