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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모사 Oct 27. 2022

에브리타임, 에그타르트

사모 디저트


매일 생각나고, 밥 대신 먹게 되는.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야.



한국식 점보 에그타르트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라 디저트는 중독되는 단맛으로 현대인의 식생활에 첨예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맵거나 간이 센 한식을 먹은 후 커피와 함께 먹는 단 디저트는 짠단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뚱카롱의 전성기를 지나, 이에 버금가는 디저트가 전무한 상황에서 에그타르트는 언제든 부상할 수 있는 인기 요소를 갖추고 있다. 보통 타르트 하면 넓고 낮은 파이류를 연상하게 되는데, 한국 문화를 만나 변주한 한국식 에그타르트는 뚱카롱처럼 높은 표면으로 시각을 압도한다. 입안 가득 펼쳐지는 커스터드의 풍부한 맛과 기분 좋은 포만감 또한 최대 매력이다. 요즘엔 <베이커블>의 말차 에그타르트, <집의기록상점>의 콘타르트처럼 부가 재료를 더한 에그타르트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Simple is Best'.  

 


에그타르트는 추억을 싣고

처음엔 별로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하게 되는 경우엔 맛과 함께 기억을 곱씹게 된다. 내겐 평양냉면처럼 시도를 거듭할수록 맛있어진 게 에그타르트다. 처음 KFC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는 햄버거집에서 파는 디저트가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그래서였는지 맛도 이질적이게 다가왔을까. 푸딩 같은 식감부터가 내 입맛에 명백히 불호였다. 한참 시간이 지나, 제주 협재해수욕장 어귀 카페에서 파는 꾸덕한 필링의 에그타르트를 맛보고 이제 에그타르트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에그타르트는 몰랑거리는 식감이다. 가게는 없어지고 다시는 꾸덕한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없어졌지만 나 또한 변해서 후들거리는 필링의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다시 그 꾸덕한 에그타르트를 맛본다면 여전히 맛있을까. 게스트하우스 스탭이었던 당시의 애환이 담겨 있어 더 달게 다가 온 건 아니었을까. 에그타르트를 먹을 때마다 녹진한 기억을 따라간다.



집에서 실패하지 않는 에그타르트 미스터비니 레시피

값 비싼 재료로 손 많이 가는 홈쿠킹이 시도하기 두렵더라도 블로그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 레시피가 있어 성공적인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있다. 갓 구워진 뜨끈뜨끈한 에그타르트를 양껏 먹어보자.



필링 재료      

우유 200g 생크림 140g 계란 노른자 4 설탕 65g 바닐라 익스트랙 (or 바닐라빈)     

     

타르트지 재료      

박력분 150g 차가운 버터 100g 설탕 6g 소금 2g 찬물 50g


조리법

1. 냄비에 우유, 생크림, 설탕,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가장자리가 끓어오를 때까지 데워 식힌 후 계란 노른자를 섞는다.

2. 박력분에 차가운 버터를 넣고 쌀알 크기가 될 때까지 다진다.

3. 2의 반죽을 냉장실에서 30분 휴지 시킨 후 7개로 동그랗게 성형한다.

4. 머핀틀에 성형한 반죽을 넣어 전체를 감싼다.

5. 1의 충전물을 90% 채워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35분 동안 굽는다.



에타를 아시나요?

모든 지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 칭하는 요즘,  '평양냉면'을 '평냉'으로, '비빔냉면'을 '비냉'으로 부르는 줄임말은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가벼움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정작 에그타르트는 '에타'로 잘도 줄여 부르게 된다. 나름의 항변을 하자면 에그타르트는 타자로 칠 때도 '에그타프트', '에그나트르'처럼 오타가 나기 쉬우니까. 명확하고 간결하게 에타. 외래어라 한글 파괴의 죄책감도 덜하고. 사실상 먹는 에타보다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에타'가 더 많이 쓰이는 시대에서 수시로 '에타'를 접할 때면 반사 작용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항상 다른 '에타' 생각으로 전환되고야 만다. 왜 그럴 때마다 입맛 다시게 되는지. 거두절미하고 확실한 내 취향은 이 얘기 저 얘기로 소란스러운 에타보다는, 단순히 맛있다를 연발하게 되는 에타라는 거다.



찾았다, 인생 에그타르트 오브네 @dessert_ovene 

개인적인 에그타르트 취향은 파삭한 패스츄리 결이 살아 있는 포르투갈식과 풍성한 필링의 점보형 한국식이 결합한 것이다. 우연히 찾게 된 경기도의 소도시에서 이를 모두 만족하는 에그타르트를 만났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온기가 남아 있는 에그타르트는 겹겹이 타르트지의 버터향과 바닐라빈향이 더해진 커스터드가 후한 인심처럼 담겨 있다. 오랫동안 머금고 싶은 필링이 부드럽게 후루룩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외관만 봤을 때 탄 게 아닌지 오해하기 쉬우나 먹어 보면 안다. 에그타르트 맛의 균형을 해치는 쓴맛이 아닌 마치 크림 뷔릴레 표면처럼 카라멜이 진하게 농축된 맛이란 걸. 뉴질랜드 버터, 국내산 생크림,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을 주재료로 사용한 에그타르트는 개당 3,000원의 부담 없는 가격까지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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