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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세대재단 May 28. 2020

나이키 광고가 여성 인권에 도움이 될까요?

펨버타이징, "여성들이여, 주체적인 삶을 살아라!"


NIKE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광고의 첫 장면

돌잡이 상을 앞에 둔 아기를 시작으로 권투와 축구를 즐기는 여성들의 등장하고 "넌 너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야.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가수 보아의 내레이션으로 끝나는 나이키 광고를 기억하시나요? 올해 초 나이키는 ‘2019 Women’s Just Do IT’ 캠페인의 일환으로 가수 엠버, 청하, 예능인 박나래 등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러한 여성들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광고는 많은 여성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온오프라인에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NIKE -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위와 같은 나이키의 광고는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이라는 광고업계 현장의 유행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펨버타이징’이란 '페미니즘(feminism)'과 광고를 뜻하는 '애드버타이징(advertising)'이 합쳐진 용어로 이전과는 달리 진취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등 성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광고를 일컫습니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 변화, 광고 전략의 변화를 이끌어내다
‘펨버타이징’이 유행하기 전, 오랜 시간 기업은 여성 소비자를 타겟으로 불안감을 유발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은 치열한 투쟁 끝에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신용카드를 발급 받기 위해 아버지, 남편 등 남성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올라감에따라 이러한 제도적 절차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여성의 자기혐오에 의존하여 생존하던 기업들은 상품 판매를 위해 기존의 방식과 다른 전략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바로 ‘자유’와 ‘강함’, ‘주체성’과 같이 여성 해방의 언어를 차용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들에게 새로운 불안감을 조성하며 현대 사회에 맞는 이상적 여성상을 새롭게 창조하기로 한 것입니다. 

Virginia Slims Cigarette Commercials

대표적인 예가 1960년 대 후반에 커리어 우먼을 타겟으로 출시된 담배 '버지니아 슬림스(Virginia Slims)'의 광고입니다. 그동안 남성만의 기호품으로 여겨지던 담배를 여성도 향유함으로써 담배가 곧 여성 해방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여성들이여, 먼 길을 오셨군요!(You've come a long way, baby!)"라는 광고 속 슬로건이 사회경제적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 여성의 지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광고를 통해 담배가 많이 팔렸냐구요? 떠오르는 소비 주체가 된 여성들을 겨냥한 '버지니아 슬림스'는 출시 이후 약 20년 간 모회사 필립 모리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펨버타이징, 여성 인권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5년 전후로 나이키 뿐만 아니라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펨버타이징 광고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으며 해외에서는 펨버타이징 시상식이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상을 주로 다뤄왔던 광고계의 변화에 많은 이들이 환영과 지지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언론학자 진 킬번(Jean Kilbourne)과 서트 잴리(Sut Jally)는 광고의 힘이 무의식적으로 누적된다면 성평등 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하기도 합니다.


한편, 책 <페미니즘을 팝니다>의 저자 앤디 자이슬러는 이에 더해 소비자들이 펨버타이징에 마냥 열광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광고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여성 해방'이 아니라 '상품 판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여성 해방 언어를 담은 광고는 사회적 맥락에서 상품의 객관적인 가치를 따지지 못하게 하고 여성 소비자로 하여금 '소비도 성평등을 위한 강력한 실천'이라고 세뇌한다고 비판합니다.


여권 신장 광고와 펨버타이징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더 많은 학습으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광고들을 통해 주류 상품에 대한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고 자체를 찬양하는 일은 여성운동을 이용하고 우리에게 그것을 되파는 광고주들의 기술을 찬양하는 것 밖에 안된다. (p.60-61)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광고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앤디 자이슬러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과 같이 광고 속에 담긴 메시지에 뜨겁게 호응하는 것, 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더나아가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한 매체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봅니다.


참고문헌
페미니즘을 팝니다(2018), 앤디 자이슬러 저, 안진이 역,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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